미국 예비선거에서 이번처럼 ‘수퍼 화요일’(2월5일)이 화제가 된 적이 없다. 22개주가 이날 예비선거를 치르고 나면 미국역사에서 여성이 대통령후보가 되느냐, 흑인이 대통령후보가 되느냐가 민주당의 경우 결판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숫자로 보면 22개주 중에 유타 주는 대의원이 29명인데 비해 캘리포니아 주는 441명이나 되어 캘리포니아가 킹메이커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캘리포니아에서 지지기반이 강한 힐러리 클린턴이 ‘수퍼 화요일’을 통해 민주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될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그게 그리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만약 힐러리가 캘리포니아와 뉴욕(281명)을 휩쓴다면 그런 논리도 가능하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에서 힐러리와 오바마의 득표비율이 231대 210, 뉴욕에서 151대 130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수퍼 화요일에서 힐러리가 승리 하더라도 표가 근소한 차이이기 때문에 3월의 텍사스, 오하이오, 4월의 펜실베니아의 예비선거에서 승부를 다시 가려야 한다.
공화당과는 달리 민주당은 어느 후보가 주 예비선거에서 이겨도 그 주의 대의원표를 다 장악하지 못한다는데 격전의 요소가 숨어있다. 전체 대의원 4,050명중 누가 과반수인 2,025명을 차지하느냐에서 결판난다. 따라서 힐러리가 큰 주에서 힘겹게 이기고 오바마가 남부, 중부에서 큰 표 차이로 승리하면 오바마가 승자로 등장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화당은 후보들의 세력이 비슷비슷해 수퍼 화요일을 한번더 치러야 될 것이다.
22개주가 수퍼 화요일에 몰려든 것은 미국 대통령선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004년에도 수퍼 화요일은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2월과 3월로 나뉘어 졌었는데 이번에는 주마다 자기들의 영향력을 과시 하려고 2월5일로 몰리는 바람에 수퍼 화요일이 ‘메가 화요일’로 변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과 케네디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이 오바마를 지지하고 나서는 바람에 예비선거전이 스릴만점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힐러리 지원유세 내용에 화가 난 케네디 상원의원이 오바마 지지를 결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와 멕시칸 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그의 오바마 지지는 선거판에 새로운 지도를 그릴 것이다. 선거 전문가들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수퍼 화요일의 득표는 힐러리 클린턴이 49%, 오바마가 47%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광풍’의 열기는 대단하다. 힐러리의 유세장과 오바마의 유세장은 비교해 보면 알 수가 있다. 오늘 아침 뉴욕 타임스에는 백인 젊은이들이 오바마의 손을 한번 잡아보려고 아우성치는 사진이 실려있다. 지난해 5월 여론조사 때만해도 힐러리가 50%, 오바마가 18% 지지였던 것을 생각하면 오바마는 민주당의 지진이다.
한국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오른쪽으로’ 바람이 불고 있고 미국에서는 부시 때문에 ‘왼쪽으로’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왼쪽바람은 한국과는 좀 다르다. 인종차별, 성차별의 벽을 허무는 진보주의를 의미한다.
공화당은 속으로 오바마가 예비선거에서 이기기를 바라는 것 같다. 오바마 쪽이 힐러리 쪽보다 싸우기 쉽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미국민들이 “흑인은 아직 대통령이 되기에는 이르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 바로 이 문제가 민주당 예비선거에서도 오바마가 부딪치는 마지막 장애물이 될 것이다.
이철 고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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