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하와 투기자금 유입이 원인
금리인하 마무리되면 급등세 진정될 것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미국발 경기침체가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와중에도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따른 달러화 약세와 국제 투기자금의 상품시장 유입을 최근 원자재값 급등의 주범으로 꼽으면서 금리인하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원자재가격의 상승세도 진정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지난 주말 종가에 비해 2.75달러(2.6%) 급등한 배럴당 107.9달러로 마감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가 달러가치의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국제유가는 연일 사상 최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국제유가는 올 들어 11.92달러(12.42%) 급등했으며 작년 초 대비로는 무려 46.85달러(76,74%)나 뛰어올랐다.
밀(125%)과 콩(88%), 옥수수(46%) 등 곡물 선물가격도 작년 초 대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으며 최근 들어 상승 속도가 빨라져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이 이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는 국제 투기자금이 상품시장에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머징 포트폴리오 펀드 리서치(ERFR)에 따르면 올 들어 원자재펀드로 36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으며 지난 주에는 9개 유형의 펀드 가운데 유일하게 원자재펀드로 자금이 순유입됐다.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원자재를 대안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제유가 상승의 요인별 기여도로 지정학적 요인(40.7%)과 투기요인(30.4%), 계절적 요인(15.6%), 달러약세(11.1%) 등을 꼽았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따른 반작용으로 달러 약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달러 약세와 투기적인 요인이 유가상승 요인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에서 알 수 있듯이 추가 금리인하 기대로 상품가격의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도 글로벌 유동성이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품시장이 대안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며 특히 원자재는 공급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투기적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급등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는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대폭적인 금리인하가 결정되면 미국의 금리인하 추세도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는 만큼 상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발 경기침체 여파로 세계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하는 중국마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수요가 뒷받침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기적인 요인만으로 상품 가격이 지속 상승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연구원은 경기침체가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상품가격이 추가로 급등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비관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hojun@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