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의 주택시장 침체 속에 금융기관을 신용위기로 몰아넣었던 주 원인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손실의 끝이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아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P는 13일 금융기관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에 따른 자산상각 규모를 당초보다 상향 조정하면서도 대형 금융기관에서 자산상각의 끝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S&P의 이런 전망이 나오자 이날 칼라일캐피털의 파산 우려와 미국의 2월 소매판매 감소 등으로 하락세를 보였던 뉴욕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였다.
S&P는 이날 이날 보고서를 통해 금융기관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 전망치를 부채담보부증권(CDO)의 추가적인 손실을 반영해 종전의 2천650억달러에서 2천850억달러로 2개월전 추정했던 것보다 200억달러 늘려잡으면서 이같이 밝혔다.
S&P의 애널리스트인 스콧 버기는 이 같은 자산상각 규모 상향조정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소식은 국제 금융권이 주요 서브프라임 관련 증권의 자산상각을 이미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라고 설명, 서브프라임 손실이 정점을 지난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S&P는 또 씨티그룹이나 메릴린치 같은 대형 은행들은 자신들에게 위험에 노출된 부실자산을 엄격하고 보수적으로 평가했다면서 이들 금융기관들은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의 채무이행이 안정화되고 불확실성이 해소돼 자산가치가 회복되면 이로부터 득을 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씨티그룹이나 UBS, 메릴린치 등 세계의 대형 은행이나 증권사들은 지난해 초 이후 1천880억달러에 달하는 모기지 관련 손실을 보고했다.
따라서 S&P의 추정대로라면 서브프라임 관련 자산상각이 반환점은 지난 셈이어서 더 이상의 손실만 없다면 이제 서브프라임 손실이 수습국면을 향해 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S&P의 이 같은 전망은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S&P 등 신용평가회사들은 모기지 관련 증권의 부실로 이어진 기록적인 주택압류를 예상치 못하고 2005년~2007년에 발행된 모기지 CDO의 85%에 트리플A 등급을 부여하는 등 신용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오기도 했다. 일부 트리플A 등급의 CDO는 지난해에 가치를 모두 잃기도 했다.
또 모기지 부실을 불러온 주택시장의 침체가 언제쯤 멈출지도 현재로서는 끝이 잘 보이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미국의 주택압류 신청이 1년전에 비해 60% 증가하는 등 주택가격 하락 속에 집을 팔지 못하거나 대출을 다시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주택 소유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주택시장 정보제공업체인 리얼티트랙은 이날 미국의 2월 주택압류 신청이 전달에 비해서는 4% 줄었지만 1년전보다는 60% 늘어났다고 밝혔다. 주택가격 하락 속에 집을 내놓아도 팔지 못하거나 재대출을 받지도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집을 잃는 고통을 겪는 주택 소유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은행이 실제로 주택을 압류해 소유권을 되찾아온 경우도 1년전에 비해 110% 증가했다.
리얼티트랙의 릭 샤가 부사장은 모기지 비용 지출이 더 늘어나 주택 소유주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주택압류 신청은 5월과 6월에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면서 올해에 은행이 주택 소유권을 되찾아오는 경우가 75만~100만건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압류의 증가는 시장에 매물을 늘려 다시 주택가격 하락 압력을 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P도 서브프라임 부실 상각의 종료가 금융기관들의 손실을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어떠한 긍정적인 효과도 미국 부동산시장과 신용시장의 다른 부분이 더 악화되면 상쇄될 수 있고 1분기나 상반기까지 이런 문제가 확산되면 금융기관들은 광범위한 부실자산의 상각으로 더 고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S&P의 평가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자산 관련 증권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채권화되지 않은 대출 손실 등은 추정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ju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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