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 미국인들이 집을 마치 현금인출기처럼 여겨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써온 것이 결국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주택을 살 때 받는 모기지 대출 외에 각종 가계자금 조달을 위해 집을 담보로 이른바 2차 대출을 받은 ‘홈 에쿼티 론’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주택가격에서 모기지를 받은 금액을 제외한 집의 순 자산가치를 담보로 다시 대출을 받아 쓰는 홈 에쿼티 론이 주택가격의 하락 속에 부실화돼 은행들은 대출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갚아야 할 홈 에쿼티 론 규모가 1조1천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에 따르면 홈 에쿼티 관련 대출의 연체나 채무불이행률은 지난해 5.7%로 2006년의 4.5%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은행들은 주택 가격이 오를 때에는 홈 에쿼티 론 문제를 걱정하지 않았지만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하락 속에 모기지 부실로 주택 압류 등이 늘어나면서 담보물 압류에서 모기지에 비해 후순위로 밀리는 홈 에쿼티 론 대출기관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주택을 매각할 경우 1순위인 모기지 대출기관이 자신들의 몫을 가져가고 난 뒤 남는 금액에서 대출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집값이 떨어지면서 이를 건지지 못하게 되는데 따른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많은 금융기관들이 자신들의 에쿼티 론을 전액 또는 일부라도 갚기 전에 집을 팔거나 모기지 재대출을 받는 것을 못하게 하는 등 이례적 행동에 나서고 있다. 집이 싼 값에 팔리고 나면 자신들이 대출금을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문은 홈 에쿼티 론 때문에 집을 팔거나 재대출을 받는 것을 못하게 하는 금융기관들의 조치가 정부 당국이 모기지 대출 조건을 완화하는 등 어려움에 처한 주택 소유주들을 구제하려고 하는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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