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김영숙’이란 작가에 주목하는 것이 좋겠다. 아니, 미술을 잘 모르지만 좀더 잘 알고 싶어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김영숙은 미술에 관한 책만 쓰는 작가다. 그녀가 특별한 것은 글을 아주 쉽게 편안하게 재미있게 쓰기 때문에 미술의 ‘미’자도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금새 빠져들만큼 미술과 친해지도록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치즈 냄새 나는 서양미술로 곰삭은 청국장 끓여내는 아줌마’ ‘미술계의 구성애 아줌마’라는 세간의 평이 그녀를 잘 설명해준다. ‘루브르와 오르세의 명화산책’ ‘그림속, 예수를 만나다’ ‘파리 블루’ ‘나도 타오르고 싶다’ ‘지독한 아름다움’ ‘자연을 사랑한 화가들’(공저) ‘엘 그레코’(번역서) 등을 썼으며 ‘내가 제우스였다면?’ ‘내가 헤라클레스였다면?’ 등 아이들에게 그림을 읽어주는 동화책도 여러권 냈다.
‘루브르와 오르세 …’작가 김영숙
흥미로운 주제 쉽게 풀어 설명
그중 가장 최근에 출판된 책들은 여러 모로 도움 된다. 특히 ‘루브르와 오르세의 명화산책’은 파리를 여행할 사람에게는 필독서라고 해두자. 센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루브르와 오르세는 소장품이 너무나 방대해서 여행객들은 대부분 수박 겉핥기식으로 헤매다 오기 마련인데 이 책은 두 미술관의 소장품 가운데 회화 작품만을 160여 점으로 압축하여 르네상스 이후부터 20세기 이전까지의 서양미술사를 전반적으로 아울러 보여준다.
‘그림 속, 예수를 만나다’는 서양의 미술관들을 온통 채우고 있는 성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갖게 한다. 성화는 귀족층을 제외하고는 성서를 소유할 수도, 글을 읽을 줄도 몰랐던 시절, 가난하고 무지한 이들에게 성서 그 자체였다. 종교적 상징과 은유, 도상으로 가득 찬 성화를 보면서 수태고지, 예수 탄생, 동방박사 경배, 예수의 세례, 최후의 만찬, 십자가 처형, 부활 등 10개 주제로 나누어 예수의 일생을 따라가는 흥미로운 여행을 할 수 있다.
‘기억으로 그린 미술관 스케치’라는 부제가 붙은 ‘파리 블루’는 개인적인 기억이 감상적으로 담긴 여행 에세이다. 루브르, 노트르담 성당, 몽마르트르, 피카소 미술관, 로댕 미술관, 퐁피두센터 등을 다니면서 보는 풍경, 느낀 점을 솔직하게 스케치하고 사이사이 자신의 삶을 하나씩 풀어놓았다.
미술을 전공하기는커녕 그림과 전혀 상관없이 살아온 전업주부 김영숙은 남편의 해외출장에 동행하면서 ‘그림과 만났다’고 한다. 두텁고 거칠면서 꿈틀거리는 듯 구불구불한 선들로 그려진 고흐의 그림을 실제로 보고 충격을 느낀 그녀는 그때부터 미술책들을 구입해서 보고 또 보고, 기회가 될 때마다 국내외에 있는 미술관에 직접 가서 그림들을 보았다. 이렇게 혼자 짝사랑하며 감상해오던 그림 이야기를 사이버주부대학에 올리면서 네티즌들 사이에 인기를 얻었고 그 내용을 책을 낸 것이 히트한 것. 그 일을 계기로 마흔 나이에 이화여대 대학원에 입학해서 미술사를 공부한 그녀는 이후 좋은 미술이 있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계속 글을 쓰고 있다.
1년전 가족과 함께 도미, 세리토스에 머물고 있는 김영숙은 고려대 서반아어문학과 재학시절 오케스트라에서 플루트를 연주했고, 클래식과 재즈에 심취했으며, 전문사진작가들이 울어버릴 사진실력 등 다방면으로 뻗친 재능이 그녀의 저작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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