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15일은 소득세 신고 만료일이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라는 속담만큼 세금에 대한 인식을 한 마디로 줄인 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세금’과 4월15일이 가지는 심리적 연관성은 우리로 하여금 ‘4월 15일’ 이라는 이야기만 들어도 괜시리 숨이 차오르고,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세금 환급은 커녕 오히려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심리적 부담은 한층 더 클 수 밖에 없다.
어네스트 섀클턴이라는 사람이 있다. 20세기 초 남극원정대를 이끌었다가 난파당하면서 목표 달성에 처절히 실패했던 탐험가이다. 역설적이게도 섀클턴은 이 실패로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깊이 새겼다. 섀클턴의 탁월한 리더십 덕분에 27명 대원 전원이 3년 동안 남극에서 살아남아 고향으로 살아 돌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대 연구자들이 찾아낸 섀클턴의 리더십 원칙 중 하나는 “축하할 일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일을 찾으라” 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인 이상 몇 달 동안 햇빛 구경도 할 수 없는 남극에서 즐거워 할만한 일을 찾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섀클턴과 그의 동료들은 자신들만의 음악회를 열고 어이없게도 ‘조난 1주년 기념일’ 코코아 파티까지 열어가면서 절망에 맞섰다. 이렇게 얻은 에너지로 극한 상황을 견디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한인사회를 덮고 있는 것은 낙관이 아닌 비관과 어둠인 듯하다. 조금 과장된 표현인 것 같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활기를 잃은 것은 사실이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활기 넘치던 한인 타운은 왠지 먼 옛날 이야기 같다. 지인들을 만나기도 어딘가 힘들고 만나도 ‘힘들다’는 이야기 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 요즘의 우리 아니던가.
하지만, 그렇게 몸을 움츠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한다. 올해 소득세 신고를 했다면 바로 그것은 지난 한 해, 우리 모두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이렇게 대견한 일을 해낸 우리에게 조금의 상은 주어도 되지 않을까?
섀클턴처럼 올해 4월 15일에는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조촐한 시간을 마련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왕래가 뜸했던 단골 음식점에서 좋아하는 요리를 맛보거나, 아니면 집에서 삼겹살에 저렴한 와인이라도 곁들인 조촐한 파티라도 열어, 우리 모두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섀클턴의 남극처럼 힘든 우리 한인 사회의 요즈음이지만, 이런 조그마한 기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한인 사회의 능력이야 말로 참다운 ‘긍정의 힘’을 생산해 내리라고 믿는다. 틀린 영어 표현이지만 이 표현 말고는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우리 모두 ‘화이팅’이다.
정광필
LA카운티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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