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만발하는 4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 위에서는 크리스마스 축제의 노래와 함께 눈꽃이 가득 피었다. 그 공연이 LA의 극장가에서도 HD 위성중계로 상영된 것이다. 이번 극장의 화면에서는 보너스도 있었다. 출연자들의 분주한 무대 뒤 장면, 스테이지 크루들의 긴박한 무대설치 모습, 그 긴장의 와중에도 현장 인터뷰에 성의 있게 임하는 지휘자와 오페라 주역들의 정겨운 모습 등인데, 뉴욕에 직접 가서 메트(Met) 공연을 관람하여도 접할 수 없던 것이었다.
오페라 프로덕션의 ‘살아 있는 전설’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열두 번째 메트 무대인 이번 ‘라보엠’은 게오르규와 바르가스가 미미와 로돌포 역으로 각각 주연했다. 제피렐리의 ‘라보엠’은 4가지의 DVD로 시중에 나와 있다. 메트에서는 스트라타스와 카레라스, 두개의 라스칼라판으로 코트루바스와 파바로티 그리고 갈라르도-도마와 알바레스가 있고, 또한 영화는 프레니와 라이몬디가 출연한 것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단골 오페라인 ‘라보엠’이 4월의 첫 주에 공연되어 의미가 심상치 않았다. 그 느낌은 미미의 아리아에서 드러났는데, 4월의 ‘라보엠’은 내게 태양의 의미를 새롭게 해주었다.
오페라 ‘라보엠’하면, 먼저 로돌포의 아리아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이 떠오른다.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내 이름은 미미’(Si, Mi Chiamano Mimi)에서 미미는, “인조 꽃들을 수놓으며 혼자 사는데 교회는 안 가도 기도는 매일 하지요”라고 자기를 소개한다. 그리곤 사뭇 노골적으로 “내 방으로 제일 먼저 4월의 햇살이 비치는데, 태양의 첫 입맞춤도 내 것이에요!”라고 말한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만난 로돌포에게로 미미의 마음은 이미 4월의 첫 키스로 열려 있는 ‘봄’이었다.
이 두 남녀는 사랑하지만 가난과 병 때문에 갈등하다 결국 헤어진다. “겨울에 혼자되는 건 힘들지만, 봄에는 태양이 나의 동반자가 될 거예요!” 기침을 심하게 하던 미미는, “태양이 있는 4월에는 누구도 혼자가 아니죠”라며 로돌포에게서 돌아선다. 얼마 후, 죽어가던 미미는 로돌포와 그의 친구들을 극적으로 재회하여, “당신이 내 인생의 전부인 사랑이에요”라고 로돌포에게 말한 후, 4월의 햇볕 같은 친구들의 눈물 속에서 따뜻한 최후를 맞는다.
이런 감동이 바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라보엠’을 최고의 ‘데이트’ 오페라로 추천하게 하는 이유라고 생각되었다. 두 남녀가 만난 날 때문에, 크리스마스 즈음에 공연되는 ‘라보엠’이, 이번 ‘4월’에 공연되면서 미미의 독백 속 4월의 태양이 주는 ‘희망’을 잘 끌어 올렸다. 봄 햇살의 첫 키스를 받을 확신으로 힘든 겨울을 견뎌온 외로운 미미에게 박수를…
이 4월에도 내게 ‘크리스마스의 빛’이 비추어 오는 것은, 4월의 태양처럼 포근한 친구들의 사랑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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