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위해 참자”기다리던 중년들 결행
의사로 명성을 쌓아온 박모씨(64)는 최근 이혼 서류에 사인했다. 아내와 결혼 초부터 의견충돌이 잦았지만 오랫동안 참아왔다. 3명의 자녀가 모두 결혼하자 “더 이상은 안되겠다”며 아내와 결별을 선언했다.
한인타운 내 한 상담소 문을 두드린 박모(55)씨는 올 가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집안 일에 관심 없는 남편은 언제나 자신을 무시하고 폭언을 일삼아 왔다는 것. 박씨는 3남매 중 막내가 대학에 입학하는 날을 디데이(D-day)로 삼고 영원히 ‘안녕 ‘을 고할 준비 작업을 조용히 진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인사회 황혼이혼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녀들의 결혼까지도 기다리지 못하겠다며 대학 입학과 동시에 이혼하는 부부들을 칭하는 ‘대입 이혼’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을 정도다.
한인타운 가정법 변호사나 상담소 관계자들은 전체 이혼 관련 상담 중 20~30%는 50대 이후의 중년층이 의뢰해 온다고 입을 모았다.
한인가정상담소(소장 피터 장)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혼문제는 상담동기 중 매달 상위 3위안에 드는 주된 내용으로 지난 2000년에는 총 42건(남 12건, 여성 30건)에 지나지 않던 이혼관련 상담이 2001년에는 172건(남 40건, 여 132건), 2003년 220건(남 44건, 여 176건), 2005년 275건(남 82건, 여 193건), 2007년 297건(남 91건, 여 206건)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냈다. 상담소 관계자들은 이 중 약 20%는 황혼이혼 상담으로 분석하고 있다.
피터 장 소장은 “2000년 이후 이혼상담이 크게 증가하면서 황혼이혼 관련 상담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자녀나 가족들을 위해서 오랫동안 참아오던 이들이 자녀가 결혼을 하거나 대학에 입학하면 이혼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혼만이 가정문제의 해결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길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가정문제가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거나 이혼 전에 별거과정을 거치며 두 사람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생각 해 볼 것을 조언했다.
그레이스 김 가정법 전문 변호사는 “이혼을 결심한 경우 재혼이나 폭력적인 문제가 결부된 상황이 아니라면 6개월에서 1년정도 별거를 통해 서로를 데이트 상대로 만나거나 대화를 시도해 보고 혼자 충분히 외로움을 경험해 보는 것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