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회장과 삼성그룹 수뇌부들이 이 회장의 대국민 사과 발표에 앞서 국민들께 머리숙여 사죄를 표하고 있다. <연합>
총수퇴진 ‘초강수’로 위기돌파
20여년만에 회장직 던지는 결단
집단협의 경영체제 당분간 이끌듯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편법 경영권 승계와 차명계좌 사건 등으로 특검의 수사를 받아온 삼성 그룹이 결국 이건희 회장의 전격 퇴진이라는 ‘초강수’ 경영 쇄신안을 내놓았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각종 비리 의혹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한국의 대표적 기업으로서의 명성이 흔들려온터라 이번에야 말로 총수의 전격적 퇴진이라는 ‘충격 요법’을 포함한 파격적인 경영쇄신 카드로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 오너경영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건희 회장이 1987년 이병철 선대 회장에게서 ‘대권’을 물려받는 지 20여년만에 회장직을 내놓는 결단을 내렸고, 그룹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던 전략기획실을 전격 해체하기로 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이것은 일단 외견상 이 회장의 퇴진 불가와 개편 수준의 전략기획실 ‘수술’을 점친 안팎의 예측을 훌쩍 뛰어넘는 강도높은 처방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삼성은 또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공익 사용으로 돌리겠다는 입장과 함께 은행업 진출 포기, 순환출자 고리 해소라는 진일보한 쇄신안으로 따가운 비판 여론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삼성 관계자들은 이 회장의 퇴진이 삼성의 시종을 관통하는 중추가 사라짐을 의미하고 같은 맥락에서 그룹 단위의 장기 경영비전과 계열사간 중복사업 방지, 대규모 투자 조율, 사업구조 조정, 자원 배분, 인사 등을 맡아온 전략기획실을 없애기로 한 것도 1급 항해사를 잃은 데 비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은 일단 각 계열사의 독자 경영역량이 확보돼있고 사회적으로도 그룹 경영체제에 대해 일부 이견이 있는 점을 감안해 전략기획실을 없앴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각 계열사 CEO 등으로 구성되는 사장단협의회를 가동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향후 소위 ‘집단협의 경영체제’라는 그림으로 이 회장과 전략기획실의 기능과 역할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쇄신안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전무로 이어지는 경영권 상속·승계 구도의 근간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퇴진 회견’ 전세계 언론 취재 장사진
◎…삼성그룹이 특검 수사결과 발표 이후 22일 그룹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자리에는 전 세계 21개 외신을 포함해 국내외 50여개 언론사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AP, AFP, 다우존스, 로이터, 톰슨 파이낸셜 뉴스, 교토통신 등 통신들과 워싱턴포스트,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릿 저널, CNN 등 전 세계 언론들이 몰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내외신 각사 취재기자 및 사진, 촬영기자들에게 비표를 지급하고 비표가 없는 기자들은 출입이 불허됐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사임을 발표한 22일 오전 삼성그룹 관련주들은 전반적인 약세를 보였다. 삼성의 경영쇄신안이 발표된 직후인 이날 오전 11시13분 현재 삼성전자(-0.59%), 삼성전기(-1.1%), 삼성SDI(-1.6%) 등이 약세를 보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