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이명박씨가 높은 지지율 속에 제17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새 정권을 출범시켰다. 이같은 결과는 비교적 새로운 얼굴에 대한 기대감도 컸겠지만 과거 10년간 친북정권에 식상한 국민들의 반감도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뒤이어 실시된 총선에서 보수 세력 및 그와 유사한 정강을 가진 정당의 후보가 압도적으로 많이 당선된 것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어느 정당에서 얼마나 당선되느냐는 별로 중요치 않다. 한국의 정당이란 이념과 정책으로 결속된 단체가 아니라 다만 기후변화와 먹이에 따라 헤쳐모이는 ‘후조’들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선거철이 되면 이 정당 저 정당으로 옮겨 다니는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뿐만이 아니다. 이번 선거 역시 간판만 그럴듯하게 달았지 지역대결로서 한나라당은 영남당, 통합민주당은 호남당, 자유선진당은 충청당이라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국민의 의식수준은 아직도 삼국시대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30~40년 전과 다름없는 정치 후진성을 보여 준 선거였다.
총선의 투표율은 역대 전국선거 중 최하인 46.0%인데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은 이해되지만 의회정치의 본령이 직접참여인 점을 감안할 때 어느 외국인의 혹평처럼 과연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기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일일까.
이명박 정부는 의석 과반수이상을 확보해 주도권을 가지고 정국을 타개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지지기반인 당정 간의 알력과 스스로 국가의 CEO임을 자처한 이명박 대통령 특유의 기질 때문에 별로 평탄치 않은 정치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 정부의 3대 과제는 북한 김정일 왕조의 트집을 어떻게 달래느냐, 자원도 없이 수출에만 의존하는 경제구조에서 민생경제를 잘 유지하느냐, 야당과 노조의 저항을 어떻게 무마시키느냐 인데 이런 문제들은 누가 집권하든 피할 수없는 한국의 현실상황이다.
그러나 앞으로 이명박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는 것은 이런 국가적 문제들 보다는 집권층 내부에 잠복해 있는 집안문제일 것이다.
첫째로, 대통령의 손발 역할을 맡을 당정 간에 일어나는 견제와 충성심 경쟁은 정국운영에 엇박자를 초래할 것이다. 둘째로, 지지 세력들의 도덕성이다. 청와대 참모진과 정부각료, 그리고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얼굴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그들 또한 낡고 부패한 바닥에서 커왔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과 개혁에는 한계가 있으며 종국에 가서는 각종 비리나 부정에 빠질 공산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현 정부에는 유독 부자들이 많고 이 대통령의 배경으로 보아 ‘가진 자’ 중심의 정치를 펴 나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것이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 보다 이명박 대통령이 극복해야 할 더 큰 문제는 그의 오늘을 가능케 한 독선적 의식구조이다. 대통령은 기업총수나 시장과 다른 위치임을 깨달아야 한다. 나라 일을 직접 살피는 것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계속해서 모든 일을 챙기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자칫 국정 전반을 보지 못하게 된다.
이는 행정부서를 경직되게 만들뿐 아니라 조직 간에 마찰을 불러와 오히려 불협화음을 일으키게 한다. 따라서 대통령은 섣불리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며 일을 만들어 가려는 최고경영자(CEO)가 되려 하기 보다는 국정은 소관 주무부서에 맡기고 모든 부서의 일을 잘 조화시켜 좋은 연주를 만드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조만연
수필가·회계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