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열린 피오피코 도서관 북세일에서 사람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코리아타운 도서관 ‘북세일’가봤더니…
“읽고 싶었던 책 싸게 구입”인파 몰려
요즘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요새 젊은이들은 인터넷밖에 모른다고?
천만에 말씀!
피오피코 코리아타운 도서관(관장 미키 림)에서 열리는 북세일에 가보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깜짝 놀라게 된다. 남·녀·노·소, 인종을 불문하고 수백명이 몰려들어 좋은 책을 찾느라 모두들 고개를 숙인 모습, 그 풍경이 얼마나 신나고 신선한지 모른다.
지난달 31일 열린 피오피코 도서관의 중고 북세일 현장.
아빠 손을 잡고 나온 한인 어린이부터 휠체어에 앉은 백인 노인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도서관 마당을 빼곡히 에워싸고 책을 고른다. 계산대 앞에는 쉴 새 없이 긴 줄이 늘어서는데 한두 권만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여섯권, 또는 10여권씩 들고 오는 것은 보통이고, 많은 사람이 박스에 책을 잔뜩 담아 끙끙 대며 끌고 온다.
아기 유모차에 동화책을 하나 가득 싣고 오는 엄마, 교회 도서관에 비치한다며 아예 카트를 준비해와 수십권을 챙겨가는 목사님, 경제서적만 골라서 한쪽에 쌓아놓는 아저씨, 집필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색다른 책들을 골라내는 극작가…
그렇게 잔뜩 사들여도 지갑에 전혀 부담되지 않는 것이 책 한권 가격이 50센트에서 3달러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수십권을 산다 해도 기껏해야 20~30달러, 그러니 책을 한 아름 안고 도서관 마당을 나서는 사람들의 얼굴엔 세상 누구보다 부자가 된 듯 뿌듯함이 흘러넘친다.
더 놀라운 풍경은 30여명이나 되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다. 코리아타운도서관 후원회(Friends of Library, 공동회장 전인철·마크 최)의 이사들과 회원들, 청소년 자원봉사자들 모두가 노란 티셔츠를 입고 분주하게 사람들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필요한 것을 챙겨주고 안내해주고 장내 정리를 도맡는다.
흐뭇한 것은 한인타운 내 서점들이 도서관 후원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 후원회의 공동회장이 바로 ‘생명의 말씀’사 전인철 사장과 ‘정음사’ 마크 최 사장으로, 평소 책도 많이 도네이션 하는 두 사람은 이날 북세일에서 하루 종일 ‘노가다’를 뛴 것은 물론이고 후원회 일이라면 언제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일꾼들이다.
피오피코 도서관의 대부 노재민 전 관장은 “후원회 영어 명칭이 ‘도서관의 친구들’인 것처럼 모두들 오래된 친구들처럼 화목하고 성실하다”고 소개하고 “후원회는 순수한 사회봉사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로 10년 이상 된 후원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북세일은 노재민 전 관장이 84년부터 실시해온 전통 깊은 행사다. 처음에는 일년에 한번 열었는데 도서관이 한인타운 중심(7가와 옥스포드)으로 이전한 후에는 일년에 두 번 봄가을에 북세일을 하고 있다. 이제는 행사가 꽤 유명해져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때를 기다리며 스케줄을 확인할 정도.
북세일에 나오는 책은 1만5~6,000권 정도. 이중 보통 3분의1 정도인 5,000여권이 팔린다. 판매액은 평균 5,000~6,000달러로, 이날도 총 5,860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수익금은 전액 도서관 운영비로 사용된다.
박경리의 ‘토지’도 있었고 ‘해리 포터’ 시리즈도 있었는데… 올 봄 북세일을 놓쳤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독서의 계절 가을(10월)에 또 한 차례 열리기 때문. 미리 도서관 후원회에 가입(1년 회비 10달러)하면 북세일에서 일반 회원보다 한 시간 빠른 오전 10시에 입장해 먼저 책을 고를 수 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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