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유럽산책
빌 브라이슨 지음
<나를 부르는 숲>의 저자 빌 브라이슨이 쓴 책 ‘Neither Here Nor There : Travels in Europe’이라는 책의 번역이 새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단숨에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책은 우선 너무 웃겨서 마치 유머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시종일관 삐딱한 자세로 글을 쓰는 저자의 독특한 글쓰기는 으레 여행기라면 뭔가 내적 성찰을 담은 다른 문화와 문명에 대한 경외심 가득한 글을 기대하는 독자들의 기대를 산산이 깨어버린다. 그리고 같이 다니기에는 민망하지만 언제나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입심 좋고 말 많은 친구와 여행을 하는 것 같은 즐거움과 편안함을 선사한다.
예컨대 프랑스 파리와 같은 곳에 가서도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박물관 같은 데를 들르기는 하지만 결코 모나리자가 어떻다거나 프랑스 건축물의 아름다움이 어떻다거나 하는 상투적인 얘기는 하지 않는다. 대신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에 나오는 어린 아이처럼 왜 왕이 저렇게 벌거벗고 다니느냐는 식으로 말한다.
퐁피두 센터를 보면서 설계자 로저스가 “건물을 확 뒤집어서 배관을 온통 밖에다 설치했어요. 나 쿨 하죠”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식이다.
보통의 여행 책과는 너무 다르지만 어떻게 다른지 상상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목차 몇 개만 소개한다.
“06 벨기에-나에게 개를 극도로 흥분시키는 뭔가가 있는가 보다. 개들은 내가 지나가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이를 번득이며 어슬렁거린다. 07 아헨과 쾰른 - 바이에른 지방을 여행하다 해독 불가능한 음식을 주문했다. 잠시 후 식당 주인이 당황스러워하며 우리의 테이블로 왔다. 08 암스테르담 - 히피의 아이들 이름은 ‘햇빛’이나 ‘룰루랄라’ 쯤 되지 않을까? 암스테르담은 내 안의 히피를 일깨우는 그런 곳이었다”
유럽이라고 하면 괜히 엄청난 것으로 떠받드는 분위기가 강한 일본과 그것에 영향을 받은 한국적 풍토에 뭔가 모를 문제점을 남모르게(아니 자신도 모르게) 가졌던 사람이라면 읽는 내내 동감할 수 있는 작가의 삐딱하면서도 따듯하고 유쾌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여행에 동행을 권하는 바이다.
이형열 (알라딘 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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