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로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에 오른 버락 오바마. 하와이 출신이긴 하지만 정치 인생을 출발, 연방상원의원으로서 대선 도전의 발판을 마련해준 일리노이와 시카고는 그의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시카고 곳곳에는 오바마가 전국적으로, 나아가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기 전 시카고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부터 일상생활을 해오던 장소가 여럿 있는데 여기에서는 평소 그를 지켜본 많은 이들의 증언과 평가를 들을 수 있다. 미국과 세계 정치사에서 오바마가 갖는 역사적 의미를 고려해보면 훗날 이 장소들은 스프링필드에 있는 아브라함 링컨의 유적지처럼 대접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오바마 사적지’를 미리 가본다.
1. 맥아더 식당(MacArthur’s Restaurant, 5412 W. Madison St.)
전형적인 흑인 음식인 ‘소울 푸드’를 파는 식당으로서 시카고 서쪽 흑인 커뮤니티 한 가운데 위치해있다. 연방상원의원인 오바마가 자주 이용하기에 언뜻 고급스러운 메뉴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막상 가보면 카페테리아식의 저렴한 음식점이기에 그 소박함에 놀라게 된다. 오바마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터키 다리와 드레싱, 프라이드 치킨 등으로 흑인 커뮤니티 서민들의 대표적인 음식들이다. 지인의 소개로 3년 전부터 찾기 시작해 지금은 아이들과도 자주 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 매니저 샤론 맥케니씨는 “오바마 의원은 특별 대우를 원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처럼 항상 평범하게 식사를 하곤 한다”고 말했다.
사진: 오바마가 가족과 함께 즐겨찾는 식당의 샤론 멕케니 매니저가 오바마가 즐겨먹는 닭 튀김, 마카로니, 콘 베이크 등을 보여주고 있다.
2. 이스트뱅크 클럽(East Bank Club, 500 N. Kingsbury St.)
오바마가 평소 체력을 단련하는 곳으로 근력 및 기초체력 운동 뿐 아니라 테니스와 골프, 수영, 자전거, 달리기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평소 오바마 의원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태권도도 배울 수 있다. 다운타운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 리처드 데일리 시장이나 제시 잭슨 목사 등 유명 인사들도 자주 오는 곳이다. 오바마 의원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체력 관리 외에 명사들과 교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클럽 관계자들은 “회원의 인적 사항이나 기타 정보는 절대 밝힐 수 없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찾고 있으며 지난 수퍼 화요일 때처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날이면 자신의 선거본부 동료 및 친구들과 함께 들러서 농구를 즐기기도 한다.
사진: 다운타운에 소재한 회원전용으로 운영하는 고급 스포츠 센터.
3. 오바마의 집(5046 Greenwood Ave.)
시카고 다운타운 부촌으로 알려진 켄우드 지구에 있다. 길 가장자리에 있어 가장 싼 집임에도 불구, 2005년 구입 당시 165만달러에 달했다. 최근 실형을 받은 부동산 개발업자 토니 레즈코의 아내가 집 앞 빈 공간을 매입했다가 오바마 의원에게 헐값에 넘긴 적이 있어 구설수에 올랐다. 이 부지를 매입함에 따라 집 가치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그는 지난 2006년 레즈코와의 거래에 대해 “큰 실수였다”고 인정한 바 있다. 사실상의 대통령 후보가 된 현재, 오바마 의원의 집 앞에는 사복 경찰이 항상 주변을 감시하고 있다. 부인인 미셸과 어린 두 딸이 거주 중인 관계로 수상한 행인에 대한 경찰의 반응이 다소 예민한 편이다.
사진: 시카고대학 인근에 소재한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 자택. 집 주변에는 사복경찰들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다.
4. 선거운동본부(233 N. Michigan Ave.)
다운타운의 주요 도로인 미시간길에 위치한 한 건물 11층에 오바마 의원의 대선 캠페인 본부가 입주해 있다. 지난 2007년 6월부터 3만3천 평방피트 규모로 1층을 모두 사용 중이지만 정작 오바마 자신은 자주 들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페인 본부 대변인 벤 라볼트에 따르면 오바마는 길거리에서 직접 뛰는 걸 선호한다는 전언이다. 오바마 의원은 예전 링컨 전 대통령(스프링필드), 애들라이 스티븐슨(리버티빌)에 이어 3번째 일리노이주 출신 주요 정당 대선 후보다. 만약 그가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일리노이주는 링컨 사후 240여년 만에 2번째 대통령을 배출한 주가 된다.
사진: 시카고 다운타운에 소재한 오바마 선거 캠페인 사무실이 있는 빌딩 앞에서 직장인들이 한가로이 점심과 산책을 즐기고 있다.
5. 아내와 처음 데이트한 장소(1400 E. 53rd St.)
예전 배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던 곳으로 현재는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 오바마가 현재의 아내인 미셸 로빈슨을 만난 것은 지난 1989년. 그녀에게 줄기차게 데이트를 요구하던 오바마는 마침내 이곳에 있던 배스킨 라빈스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기로 했다. 더운 여름날 가게 앞 보도블럭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오바마 의원은 예전 자신이 10대였을 때 배스킨 라빈스에서 일하던 추억을 말해주면서 “갈색 에이프론을 두르고 모자를 쓴 채 시원하게 보이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아느냐”며 미셸을 웃기다가 문득 키스를 해도 되냐고 묻고 허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오바마가 베이스킨 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부인 미셸과 첫 키스를 나눈 장소. 몇년전까지 뒷 건물에 베이스킨 라빈스가 있었지만 현재는 다른 장소로 이전했다.
6. 오바마의 단골 이발소(1464 E. 53rd St.)
아내와의 추억이 서린 예전 배스킨 라빈스 자리에서 조금만 서쪽으로 가면 된다. 건물 재개발 관계로 걸어서 1분 거리인 다른 곳(5234 S. Blackstone Ave.)으로 옮겼다. ‘하이드팍 헤어살롱-이발소’라는 이름의 이 가게에서 오바마는 13년 넘게 자신의 머리를 맡겼다. 가장 최근에 들른 것은 지난 22일이다. 그는 자신의 책 ‘아버지로부터의 꿈’에서 이 이발소를 소개하며 시카고에 막 도착한 뜨내기 시절, 이발소에서 시카고 정치계의 인종별 역할과 당시 최초의 흑인 시장이었던 해럴드 워싱턴의 당선이 커뮤니티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배웠다고 회고한 바 있다. 하지만 가게 주인 자리프씨는 “우리는 정치 얘기보다는 주로 화이트삭스나 불스의 경기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오바마는 평범하고 친근해서 나는 그가 정치인이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봉윤식, 임명환 기자>
사진: 13년전 부터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찾는 이발소. 최근 다른 장소로 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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