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고 많은 이들이 얘기한다. 그런데 이 칼럼에서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가 얘기하는 것은 항상 조심스럽다. 경제는 심리적인 요소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라서 ‘나쁘다’는 소리를 자꾸 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의 경제상황은 옛날의 경기순환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이 어려운 날들이 얼마나 갈 것인가 하는 것은 좀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 보통사람들이 살기 힘들다고 피부로 느끼기 전에 경제가 어렵다는 징후는 증권시장으로부터 오게 되는데, 다우지수가 드디어 20% 정도 떨어져서 모두가 얘기하는 ‘베어’ 마켓을 가리키게 되었다. 이런 사정은 지난번 2000년이 시작되면서 왔던 닷컴버블 이후 처음이다.
그때 거의 3년 가까이 지속되었던 증권시장의 저조와 동시에 온 경기후퇴는 심하지 않았지만, 기업들의 수익 악화가 심해서 경제에 악영향을 가져오게 되었다. 과거의 베어 마켓은 주로 주식가격이 말도 안되게 비싸게 되어 있었다거나, 인플레가 심하다거나, 이자율이 너무 높다거나, 경기후퇴 등으로 오게 되었는데, 이번의 문제들은 이보다 무척 광범위하고 다양하다는 게 우리를 두렵게 만든다.
항상 경제 전체의 최저점은 증권시장의 최저점을 따라간다. 이 얘기는 아직 이 좋지 않은 경제가 최저점을 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증권시장이 아직 최저점을 친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시장이 더 나빠질 수 있고, 경제가 그것을 따라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얘기다.
석유 값과 원자재 값이 뛰고, 이걸로 인플레가 더 나쁘게 되고, 미국의 경제성장이 거의 정지해서 경기후퇴 수준까지 되고, 주택산업이 어려워지고 신용경색으로 자금줄이 마르게 되면서 개인 소비자들과 기업들이 모두 어려워졌다. 그러나 특히 당황스러운 것은 금융, 증권, 소매, 주택건설, 자동차 등 여러 주요산업에서 미국기업들이 근본적으로 어떻게 이 위기를 빠져나갈 것인지 거기에 대처할 모델이 없다는 점이다.
증권시장의 동향은 앞으로 기업들의 수익이 어떨 것인가를 예견해준다. 증권가격이란 장래의 수익과 현금을 현가로 평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또 증권시장에서 사업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저조한 증권시장이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든다. 증권시장은 또 소비자들의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치는데 저조한 증권가격들이 가계의 지출을 억제시킨다.
정부에서 경기부양 목적으로 풀었던 세금환급자금 480억 달러가 가져온 일시적인 영향으로 실제보다 덜 나쁘게 보였던 경제는 올 후반기에는 더욱 나빠질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는 이 불경기는 사실 그 배경이 오래 전부터 쌓인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과 개인가계 모두 너무 빚이 많았다. 그 많은 빚을 지금 모두가 조금씩 줄여가는 중이고, 그러자니 개인과 가계소비가 줄고, 금융 쪽에서도 자금 쓰는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그러니 그 영향은 고통스럽고 시간이 걸린다. 불경기가 예상보다 오래갈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그 동안 우리가 미국에서 본 불경기는 경기순환의 사이클이 비교적 분명하게 보였던 시절의 불경기였다. 그런데 그것이 조금 복잡해져 버렸다. 글로벌시대인 것이다. 불경기도 글로벌화 되어 버렸다. 이번의 불경기는 중국과 인도의 경제가 이곳의 경기순환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이후의 첫 불경기인 것이다.
불확실성이 엄청나게 커져버린 이 시대의 어려움. 우리 모두는 어떻게 지혜롭게 이 어려운 시대를 견디어 나갈지 잘 생각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부자들도 예전보다 어렵고, 없이 사는 이들은 너무 어렵고, 자원 아끼기의 마음이 이젠 모든 이들의 도덕률이 된지 오래이다.
그런데 사실은 이런 시대를 사는데 필요한 근검과 절약의 정신은 경제적 습관이지 개인의 그때 그때의 사고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다. 근검절약은 그 사람이 가난하다고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버릇에 기인하는 게 많다는 얘기다. 우리 모두 건실하고 좋은 경제습관을 가지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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