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식구들과 바다에 다녀오니 밀린 신문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영선 하빌 씨의 가석방 소식이 가슴 뭉클하게 한다.
영선 씨는 32년 동안 미국인 남편과 자녀와 함께 합법적으로 미국에서 살아온 한인 여성이다. 미국생활이 다 그렇듯 바쁘게 살다보면 시민권을 딸 생각도 못하고 지낸다. 1996년에 바뀐 법으로 인하여 그녀는 영주권자이기에 추방위기에 처해 이민자수용소에서 추방을 기다리며 암 치료도 받지 못하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수감생활을 했던 것이다. 이민국에서도 그걸 인정하였는지 이민국에 소송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2년 동안의 가석방을 했다. 한인들이 주축이 되어 구명운동을 하고 편지를 보내고 서명지를 보낸 것이 분명 큰 힘으로 작용했으며 위안부 결의안 채택 이후 한인이 하나로 뭉치면 미 주류사회를 움직일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좋은 본보기이다.
미국의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석방되기 힘들다고 보던 많은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나는 그 일을 앞장서서 추진한 여성을 대단히 존경한다. 남자들도 하기 힘든 일들을 그녀는 거뜬히 해내는 것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인사회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발 벗고 나서는 걸 보았다. 근데 이상한 건 대한민국 정부가 그런 사람보다 과거 한자리 했던 사람들에게 주로 포상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인들의 인맥이구나 하는 걸 한심하게 느끼곤 했다. 한국은 글로벌 시대에 들어서려면 아직도 멀었다. 인맥이 통하는 세상, 학력이 있어야 되는 세상, 돈이 있어야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세상. 이런 세상이 언제나 바뀔 수 있을까마는 오래 살다보면 그런 날도 올 날이 있겠지.
워싱턴 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비인간적 대우에 시달리며 이민세관단속국 구금시설에 갇혀 추방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3만3천명이나 된다고 한다. 다행히 영선 씨는 언론에 알려져 구명대상이 되었지만 그렇지 못하고 억울하게 갇혀서 추방을 기다리는 한인들도 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난 죄를 짓고 살 일은 없겠지만 지금이라도 시민권을 신청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영선 씨의 애절한 한마디가 생각난다. “나는 우리에 갇힌 동물 같은 기분이고, 때로는 내가 눈을 뜨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녀가 하루속히 암 치료를 받아 완쾌되고 가족과 함께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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