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LA 출신으로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을 발판으로 세계적인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발돋움 하는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있는 바, 독일 베를린 음대 출신의 이윤수와 줄리아드 출신의 루퍼스 최가 그들이다.
지난 7일 오후 콜번 스쿨 지퍼홀에서는 루퍼스 최의 피아노 독주회가 열렸다. 광고도 별로 하지 않은, 거의 members only concert였음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음악 애호가들과 전문가들로 연주회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로 인하여 연주회장은 근래 보기 드물게 수준 높고 고귀한 분위기와 음악적인 열기가 서로 교차되고 있었다.
바흐의 무반주 바이얼린 곡을 피아노 솔로 곡으로 부조니가 변경한 ‘샤콘느, 라단조’로 시작된 그의 연주는 곧바로 청중을 자기 음악세계로 끌어 들이는 카리스마를 보이며, 온화하면서도 예리한 터치가 돋보이더니, 곧이어 베토벤의 ‘영웅’ 변주곡에서는 매 변주곡마다의 개성과 내면에 깔려 있는 동일한 느낌을 최대한으로 대조를 이뤄 곡과 곡들의 연관성을 결코 배제하지 않는 조심성과 배려를 보여 주었다.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중 가을을 노래한 곡에서는 러시아 특유의 낭만성(깊이 빠져 들어가는 감정보다는 보다 폭넓고 수평적이며 우수에 찬 듯한 감정표현)을 잘 나타내 주었고,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에서 보여준 잘 조절된 화성적인 밸런스와 소리의 질감, 그리고 색채는 투명하면서도 정교함의 극치를 이루었으며, 또한 거칠지 않게 무게를 실어내는 양 손의 터치는 그야말로 이날의 압권이었다고 본다. 그가 호세 이트루비 국제콩쿠르(세계적인 콩쿠르 중에서 상금이 가장 많음)의 우승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근래 보기 드문 훌륭한 음악회였음을 청중들은 모두 동감했으리라 본다.
이날 사용된 피아노가 스타인웨이가 아닌 이탈리아 산 ‘파찌올리’였는데 “만약 그가 스타인웨이로 연주했더라면 어떤 사운드였을까”라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음악회장을 나왔다.
진정우(음악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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