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울린다. 아침 6시. 그리 이른 시간도 아닌데 점점 눈을 뜨기가 힘들다. 쌀쌀해진 날씨 탓이려니 한다. 자꾸만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픈 마음이다. 딱 10분만 더 누워있으면 피곤이 풀릴 듯 하지만 오늘은 그 정도의 호사도 불가능한 날이다. 아들 녀석이 카풀이 없는 날이라 학교까지 라이드를 해주고 일을 하러 가야하기 때문이다. 눈 비비고 일어나서 간신히 세수하고 도시락싸고. 한거라고는 고작 그게 다인데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웬지 모든게 짜증스럽고 미처 시작도 않된 하루가 자꾸 버겁게 느껴진다.
조수석에 앉는다. 아들 녀석 운전 연습을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같이 괜시리 짜증이 나는 날에는 그냥 내가 운전을 했으면 싶지만 어쨋든 약속한 일이니 조용히 자동차 키를 아들에게 넘겨준다. 자식 운전 연습시키기. 이게 어떤 일인지 아마 해 본 분들은 다 동감하시지 싶다. 머리털이 수시로 꼿꼿이 서는 초긴장 상태의 연속. 앞차에 바짝 차를 붙여 세울때나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을 미처 보지 못해 아슬아슬한 순간을 넘기고 나면 숨이 멎는 듯 하다. 그런데 뭐라 주의를 주면 지가 더 큰 소리다. 자기가 앞차랑 충돌을 한것도 사람을 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과민반응이냐면서 말이다. 그렇긴 하다. 사고가 난 건 아니니깐. 나도 그럴 때가 있으니깐. 그냥 어금니를 꽉 깨물고 참는다. 진짜 자꾸만 하루가 더 짜증스러워진다.
아들을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출근길 차량을 생각해 조금 일찍 학교에 내려준 편인데도 예상치 않게 차가 많이 밀린다. 프리웨이에서 로컬로 나왔다. 그리고는…… 길을 잃었다. 매일 다니던 길인데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 진입로를 놓쳐 버렸다. 아들보러 뭐라 할 일도 아니다. 운전을 하면서 그리 정신을 놓다니. 빙빙 돌다보니 시간이 더 걸렸다. 정말 요즘말로 대박 짜증이다.
하도 정신이 없어 정신이나 차려볼까 싶어 출근하자마자 요즘 잘 마시지 않는 커피를 한 컵이나 마셨다. 건강이 별로 좋지 않은 이후로 카페인이 가끔씩 몸에 과민반응을 일으킬 때가 있어 조심하던 편이었는데 괜찮을 듯 싶어 그냥 마신게 화를 불렀다. 아침부터 이런저런 실수를 할 때는 다 이유가 있었던 법이었는데 조심을 하지 않은 내가 잘못이었다. 머리 속이 멍해지더니 어질어질 상태가 점점 악화되었다. 계속 실수 연발이다. 머리속으로 정신 차리라고 몇 번씩 외치고 꾸짖고 다짐하지만 제대로 않된다. 아......제발 오늘 하루가 빨리 끝났으면.
집으로 들어서며 그냥 침대로 내달리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또 저녁을 차려야했다. 이럴 땐 정말 혼자면 좋겠다 싶다. 그냥 누워버리면 그만일테니깐. 찌개 하나에 밑반찬 몇가지, 그것도 대부분은 언니가 해놓고 나간 음식을 늘어놓는 일인데 왜 이리 더딘지 모르겠다. 몇 일 있으면 사촌언니가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갑자기 더 힘이 들고 짜증이 난다. 언니 덕에 그래도 그동안은 편하게 지냈는데 아무리 힘들고 피곤해도 밥하고 반찬하느라 꼼짝없이 부엌에 매달려 있어야 할 생각을 하니 미리부터 걱정이다. 아들 녀석은 밥을 먹으면서도 내내 컴퓨터 모니터만 들여다본다. 한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지만 나보다 머리하나는 더 큰 아들 녀석이랑 싸워봤자 손해볼 건 또 나다 싶어 또 참는다. 자기도 오늘 축구 경기하느라 다리가 아파 죽겠다나 뭐라나. “그래 얼마나 피곤하시겠어요?” 했다. 설겆이를 하고 잠깐 눈을 부치고 일어나니 11시다.
하나도 나아진게 없다. 아직도 우울하다. 가을을 타는걸까?
살다보면 그냥 이런 날도 있고 또 저런 날도 있지 해본다. 내일은 주말이다. 그냥 괜시리 기분 좋은 그런 날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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