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11일 남한의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 군인이 등 뒤에서 발사한 총을 맞고 사망한 후 1998년 11월부터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현재 잠정적으로 중단되었다. 그러나 2003년 6월에 시작한 개성공단 사업과 2007년 12월에 시작한 개성관광은 전과 같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주민 접촉도 못하는 통조림 관광을 왜 갑니까? 바보들 입니까” 또는 “그 곳도 몇 사람 총 맞아 죽어야 관두겠소? 금 그어 놓고 총질 안 한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는 등 개성관광을 반대하는 글들을 인터넷에서 읽을 수 있다.
올 7월과 8월에 실시한 평통자문위원 여론조사에서도 66%가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책이 없을 경우 개성관광도 중단해야 한다는데 찬성하였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도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에 도움이 된다는 이명박 정부의 판단으로 지난 9일과 10일 서울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평통)의 미주지역 회의를 마치고 그 다음날인 11일에 ‘고려 500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개성’을 관광하였다.
미국, 캐나다, 남미에서 온 평통위원으로 구성된 700명 정도의 대규모 관광단이었다. 13대의 관광버스로 오전 5시20분 워커힐 호텔을 출발하여 개성관광을 마치고 오후 7시45분에 워커힐 호텔로 돌아온 하루 관광이었다.
개성 일일 관광비용은 18만8,000원인데 주말과 휴일에는 19만8,000원이다. 휴대폰, 필름카메라, 망원경, MP3, 남한의 인쇄물(신문, 잡지), 라디오, 캠코더는 북한에 가지고 갈 수가 없고 디지털 카메라, 미국 달러, 생수, 배낭, 시계는 허용되었다. 특히 북한을 떠날 때 금지된 사진을 찍었는지를 북한 검사원이 디지털 카메라를 일일이 들여다보며 검사하였다.
도라산에 있는 남한 출입사무소에서 출국수속을 마친 후 현대아산 직원의 안내를 받아 같은 버스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출입사무소에 도착하여 입국수속을 하였다. 이후 현대아산 직원 이외에 북한의 안내원 둘이 버스에 타서 여행안내를 하였다. 농담도 적당히 포함하고 노래도 들려주는 높은 수준의 여행안내였다.
오전에 박연폭포와 관음사를 관광하였고 점심으로 개성남대문 뒤편 자남산 입구에 있는 통일관에서 13가지 반찬이 있는 개성음식을 먹었다. 이 식당 앞 큰길 위 꽤 먼 거리에 위치한 김일성 주석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오후에는 고려 말의 충신 정몽주가 이성계를 문병하고 돌아오다가 그의 아들 이방원에게 철퇴를 맞아 숨진 선죽교와 그의 충의를 기리기 위해 조선 왕조의 영조와 고종이 각각 세운 표충비, 그리고 정몽주의 생가인 숭양서원을 먼저 방문하였다.
그리고 고려시대의 최고 국립교육기관인 고려 성균관의 고려박물관을 보고 개성공단 도로를 버스로 통과한 후 북한 출입소와 남한 출입소를 통하여 서울로 돌아왔다.
개성관광에는 북측의 제한이 많았다. 지적된 관광지 외에서는 사진을 못 찍게 했다. 버스 이동 중에 사진 촬영할 수 없었고 동네 입구에 보초서 있는 군인뿐만 아니라 도시의 주택이나 지나가는 사람들도 찍을 수 없었다. 지정된 관광지 이외는 북한 사람들과 일체 접촉이 되지 않는 격리 관광이었다.
관광을 끝내고 돌아올 때 내 마음은 매우 무거웠다. 개성의 풍경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내가 미국 올 때의 1960년대의 자그마한 남한의 시골도시와 같았다. 낡은 집, 옷차림,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시계가 40년 동안 멈추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
개성을 갔다 와서 남한에서 태어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알게 되었다는 남한 관광객의 글을 읽었다.
남한 사람이건 해외 교포이건 개성을 다녀오면 북한 사람들에 대해 많은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이 좀 더 잘 살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지혜를 모으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청광
P.S.U. 마케팅 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