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엔과 세계 각국에서 전개되는 북한인권 이슈화 기도, 특히 입법적 및 제도적 차원의 노력이 두드러진다.
우선 미국 하원은 지난 9월23일 ‘2008 북한인권법 연장법안’을 승인, 9월 말로 완료되는 ‘북한인권법’을 2012년까지 4년간 연장키로 했다. 이 법안은 현재 임시직인 북한 인권특사를 대사급으로 격상하고 북한 내 인권개선 및 탈북자 지원에 필요한 비용을 미 정부 예산에서 사용토록 하는 등 탈북자들의 보호와 망명 촉진을 위한 외교활동 강화를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해리 리드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새 북한인권 특사는 북한 인권문제를 경제지원과 연계시켜 해결하는 북한판 헬싱키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벨 체코 전 대통령, 분데빅 노르웨이 전 총리와 노벨평화상 수상자 엘리 위젤 등은 9월22일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국제인권규약 위반 여부를 검토, 보고하는 ‘인권전문가 그룹’을 임명할 것을 유엔 사무총장에 촉구했다.
또 비팃 문타폰 유엔 북한 인권특별 보고관은 24일 “인권을 탄압한 당국과 개인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26일 서울에서 열린 북한 인권국제회의에 참석한 가토 히로시 북조선 난민기금 대표도 북한인권 실상에 책임 있는 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만간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NGO들이 연대하여 뉴욕에서 민간 국제법정을 개최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이 같은 동향은 작금의 북한인권 상황이 인류의 양심을 거스르는 것으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컨센서스에 기초하고 있다.
또 “인권은 거론하면 개선되고 침묵하면 개선이 없다”는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문제 공론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국제법정에의 제소 제안은 북한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북한의 자유화와 법치주의 확립 차원에서 더 나아가 한층 더 강경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금년은 국제인권장전의 하나인 ‘세계 인권선언’이 채택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 문서는 모든 국가가 존중하고 보장해야 할 인권의 ‘국제적 최저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그러기에 지난 60년 동안 각국의 인권상황을 평가하는 지표가 됐을 뿐만 아니라 인권규범의 세계화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세계인권선언은 추축국(axis powers)들이 일으킨 2차 대전을 목도한 인류가 ‘국내적 인권’과 ‘국제적 평화’는 상호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진리를 깨달았기에 채택될 수 있었다.
인권과 평화의 상관성을 고려할 때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를 구축하려면 북핵 문제 해결이나 평화체제 구축 등 하드웨어적 측면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 반드시 북한의 인권 개선과 체제 민주화가 병행 추진돼야 한다.
최근 신각수 외교통상부 차관은 한 세미나에서 “인권은 보편적 가치이므로 한국 정부는 인권과 여타 사안을 분리해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북한)인권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애정 어린 비판은 북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과 궤를 같이 한다.
그간 화해협력에 치중한 나머지 북한 인권에 침묵하거나 “인도적 지원은 Yes, 인권 거론은 No”라는 절름발이식 대북 접근이 우리 사회에 팽배했다.
하지만 이는 균형 잡힌 자세는 아니다. 북한의 변화는 공수표 위험이 있는 장래의 약속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님을 직시하고 앞으로는 경제지원이 인권개선과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북한인권법 연장을 환영하며 차제에 우리 국회도 ‘한국판 북한 인권법’ 제정에 보다 적극성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싶다.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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