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클링너 美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워싱턴=연합뉴스) 다음달 4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전의 결과는 한반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에 있는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아시아연구센터 동북아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는 미 대선 후보들의 한반도 정책을 분석한 글을 7일 연합뉴스에 보내왔다.
다음은 클링너 선임연구원의 연합뉴스 기고문 전문이다.
<<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동북아시아 문제가 쟁점은 아니다. 하지만 공화당 존 매케인,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한.미동맹,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미국의 대북정책 등 3가지 분야에서 각각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를 비교하는 일은 가능하다.
먼저 한.미 관계 정책에서 매케인과 오바마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두 후보는 모두 군사적 동맹, 강력한 경제 파트너, 미국처럼 자유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나라로서 한국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또 두 후보는 동북아 지역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비롯한 미국의 안보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국과 일본과 굳건한 동맹을 유지할 필요성을 지지하고 있다.
두 후보 간에 가장 큰 입장 차가 드러나는 것은 한.미 FTA 문제다. 매케인은 한.미 FTA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반면에 오바마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매케인은 무역장벽을 낮추면 양국이 연간 200억달러의 교역 규모를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등 두 나라가 모두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매케인은 경제의 세계화 추세가 증가하고 있는 시대에 자유무역에 대한 보상의 대표적 사례로 한.미 FTA를 인용하고 있다.
또 매케인은 한.미 양국 간에 군사적 동맹을 능가하는 관계를 공식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얻게 되는 정치적.지리전략적 혜택을 강조한다.
반면에 오바마는 한.미 FTA가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판매를 늘리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매우 문제가 많은(badly flawed) FTA라고 반대하고 있다.
오바마의 이 같은 주장은 자동차 노조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자동차 노조들은 수년 동안 무역법안에 불만을 드러내며 이를 철회시키려고 싸우고 있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FTA를 통해 (한국과의 자동차 교역에서 지금보다) 우호적인 조건을 얻게 됨에도 불구하고 한국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가 일정 정도 시장점유율 차지하도록 보장할 것과 한국에서 팔리는 미국산 자동차 대수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수입관세를 줄이는 것을 연계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지지자들은 오바마가 당선되면 보호무역주의자적인 태도를 뒤집을 수 있음을 예로 들면서 무역정책에 대한 오바마의 입장을 분명히 하도록 요구해왔다.
오바마는 초기에 단순히 FTA를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최근엔 세계적인 자유무역은 지지하지만 현재 합의된 한.미FTA에 대해선 반대한다는 등으로 좀 애매모호하게 언급하며 입장을 바꾸고 있다.
오바마가 속내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는 대선 전에는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노조를 포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 이후에는 완전히 그렇게 하려고 할 수도 있다.
아니면 그의 참모들이 오바마가 FTA를 거부할 것이라는 정책적 입장을 암시함으로써 한국의 우려와 미국 유권자들의 반대를 무마하려는 데 개입하고 있는 것일까?
어떤 경우든 오바마 집권 하에서 양국 간 무역관계는 더 긴장감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자유무역에 대해 비우호적인 민주당이 이끄는 의회와 힘겨루기를 해야 할 것이다.
대북정책에서 매케인과 오바마는 북한을 고립시키기보다 포용정책을 펴는 데 우호적이다. 두 후보 모두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데 있어 6자회담이 가장 유효한 수단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각 후보는 또 엄격한 검증이 북한과의 핵협상을 진전시키거나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 위한 절대적인 선결조건이라고 믿고 있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가 이 점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포기할 경우 양 진영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두 후보는 모두 고립보다 포용정책에 동의하지만 이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해선 분명한 견해차가 있다. 이런 차이점은 지난 9월26일 1차 TV토론에서 드러났다.
매케인은 외교적 개입이 북한 비핵화를 달성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오바마보다 더 큰 의혹을 제기했다.
매케인은 부시 대통령의 현재 대북협상책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합의에 이르겠다는 과도한 열정에 의해 북한에 인센티브만 주고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매케인은 오바마보다는 대북외교를 유엔결의안 1718 적용을 포함한 압력 수단에 더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9월26일 토론회에서 김정일과 같은 지도자들과 조건없는 만남은 위험하다. 순진할뿐만 아니라 위험하다…. 북한은 그들이 한 협정을 모두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케인은 북한의 중대한 인권침해 기록에 대해 끈질기게 비판해왔다. 그는 토론 중간에 북한을 지구상에서 아마 가장 억압적이고 무자비한 정권…. 거대한 수용소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매케인을 완고한 강경론자로 묘사하는 사람들은 적국이었던 베트남과 관계정상화 과정에서의 그의 결정적인 역할도 기억해야 한다.
오바마는 북한과 관계에서 절제되고 직접적인 그리고 공세적인 개입을 강조한다.
조건없이 독재적인 지도자들과 만나겠다는 그의 선언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오바마는 그 이후 유세들을 통해 이런 입장을 수정해왔다. 그런 만남은 충분한 사전 준비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전제조건이 달렸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든 외교적인 수단을 쓸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오바마는 9월26일 토론회에서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은 부시 정책은 먹혀들지 않았고 실제로 그들(북한)의 핵무기 획득 노력을 가속시켜…. 그들의 핵 능력을 4배로 증가시켰다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가 정책을 전환하고 나서 우리는 최소한 몇 가지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대북 정책과 관련, 두 후보 누구나 2009년 1월 취임하게 될 때 6자회담이 처해 있는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협상이 합리적으로 진행된다면 대통령 매케인이나 오바마는 시간을 두고 자신의 정책 특징을 드러내면서 회담을 진행해 나갈 것이다.
역으로 국제적인 검증기준 수용을 거부한 호전적인 북한 정권은 미국의 더 확고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차기 미국 대통령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북한의 방해 행위가 협상의 책략일뿐만 아니라 핵보유국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는 것이라는 인식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어떤 유인책도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포기하게 할 수 없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후계자는 출범 초기에 그를 테스트하려는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더 어려운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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