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자신이 영어교사로 일했던 충남 예산중학교를 방문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캠퍼스에서 학교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33년전 영어교사로 일했던 예산중학교 찾아
근무당시 회상… 학생·교직원 뜨거운 환영
“심은경 선생님, 이게 얼마만이에유”
“심은경 선생님 안녕하세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의 추억여행에 충남 예산군이 들썩였다.
8일 스티븐스 대사는 33년 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와서 영어교사로 일했던 예산중학교를 방문,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학생과 교직원 500여명으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이날 오후 1시30분께 교정에 들어선 그의 붉게 상기된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스티븐스 대사는 박종완 교장의 안내를 받으며 손끝으로 학교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근무 당시를 회상했다. 학교 건물을 모두 새로 지어 당시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지만 당시부터 있던 전나무 숲길과 윤봉길 의사 동상을 보고 환한 얼굴로 동상 앞에서 옛 동료 교사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교장실에서 자신의 인사 기록 카드를 본 그는 “한국말이 서툴러 빈칸을 남겨둔 기억이 난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학생 졸업앨범에서 자신의 색 바랜 흑백사진을 찾아내고 동료 교사들에 대한 근황을 물었다.
스티븐스 대사는 체육관에서 열린 환영행사 답사에서 “33년이 지난 지금 미국 외교관으로 다시 돌아왔다”며 “외교관은 다른 문화와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하고, 인내심을 갖고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인데 나는 예산에서 외교관이 되는 길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자신을 도와준 동료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다가 감격에 겨운 듯 울먹였다.
후배 원어민 교사의 영어수업과 태권도 시범을 참관한 그는 도서 123권을 학교에 기증하고 기념식수를 한 뒤 김동국 충남 예산교육장으로부터 ‘명예 충남교사’ 위촉장을 받았다.
그에게 영어를 배운 이 학교 박찬일 교사는 “희미하지만 심은경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난다”며 “어릴 적 낯설었던 외국인 선생님이 미국 대사로 부임하고 학교를 찾아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학생 송영훈(2학년)군은 “미국 대사가 우리 학교 선생님이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학교와 친구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중 방문에 앞서 예산에 머물 당시 기거했던 하숙집에 들러 집주인의 아들 황규윤(46ㆍ의사)씨를 만나 추억을 되살렸다. 황씨는 “몸집이 큰 선생님이 앉았던 의자가 부서진 일이 있었다”고 말하자 파안대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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