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개미들은 땀을 흘리면서 부지런히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베짱이는 그늘에서 노래하며 놀았다.
이내 겨울이 왔다. 개미들은 여름동안 부지런히 모아 놓은 식량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겨울을 보냈고 베짱이는 먹을 것이 없어 개미집 밖에서 구걸을 했다. 우리들이 어렸을 때 수 없이 들어서 이제는 식상한 이야기다.
요즘에 이런 케케묵은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주는 부모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또 이런 이야기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요즘 아이들이 도대체 몇이나 될까. 하지만 다음의 이야기는 어떤가.
미국 대학생은 80%가 카드빚을 안고 졸업하고 있고 2002년 개인파산을 신청한 사람의 5분의1일이 대학생이었다. 미국 사람의 70%는 매달 벌어서 쓰기에 바쁘다. 일반 사람은 보통 11가지의 빚을 지고 있고 그 중 일곱 가지는 신용카드이다. 미국인 전체의 5분의3은 매달 청구되는 카드빚을 갚지 못한다.
때문에 현금으로 살 때보다 결국 두 배에 해당하는 가격을 치르게 된다.
절반의 미국 가정이 한 달 치 이하의 여유자금밖에 없다. 80년대 말 일반 가정은 수입의 8%를 저축했지만 90년대 말에는 지출이 수입보다 0.1% 더 많았다. 일반 가정은 주택융자를 빼더라도 약 2만 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현재를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라 한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적 가치관이 무시되고 개개인 각자가 나름대로 세운 새로운 가치관을 따른다.
선과 악, 바른 것과 그른 것들의 구별이 모호해지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미의 기준도 다 다르다. 사회보다는 개인이 미래보다는 지금이 더 중요시 된다. 전통 가정관이 깨어지고 남자끼리도 결혼한다. 감정 이성 생활적 절제보다는 자유로운 표현과 방출이 더 쿨하게 보이며 신 경제관을 따라 보이지도 않는 미래보다는 지금 더 풍요하게 살길 원하다. 부모들이 좋건 싫건 아이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만화, 게임, TV, 인터넷, 영화, 잡지 등을 보면서 가치관이 형성된다. 30년 전 부모세대들이 자랄 때 배운 가치관을 가르치려 하면 너무도 큰 세대 차이를 느끼게 된다. 지난 한 세대 동안 사회문화적 변화는 그 전의 300년의 변화와 맞먹는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 300년이 아니라 3,000전이나 지금이나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다. 숫자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으면 결국 망하게 된다. 반대로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적으면 결국 부자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위에서 말한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만큼이나 재미없고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하지만 놀랍게도 너무도 똑똑한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해 생긴 결과가 요즘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세계에서 제일 큰 은행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지구 위의 모든 나라의 경제가 흔들리고 많은 회사들이 파산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고통을 받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베짱이처럼 일하지 않고 매일매일 논 것은 아니다. 전체 노동시간은 30년 전이나 큰 차이가 없고 인플레이션을 계산한 전체 수입도 절대 줄지 않았다. 하지만 30년 전보다 저축보다는 샤핑을 절약보다는 소비를 그리고 절제보다는 분출을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가난을 아시는 칠순의 우리 어머니는 “있을 때 아껴라 없을 때는 아끼지도 못 한다”고 늘 외쳤었다. 새로운 지식에 소홀하면 시대에 뒤떨어지지만 케케묵은 상식을 잊어버리면 대개는 망하게 되어 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개인이나 회사나 절제하지 않으면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오늘 저녁 아이들과 함께 신문을 보며 왜 지금과 같은 일들이 일어났는지 진지하게 이야기하길 바란다. 경제적인 절제를 배우면 생활의 절제는 덤으로 얻는다. 일거양득이니 얼마나 좋은가. 매일매일 뉴스거리로 요즈음처럼 아이들에게 경제관념을 확실히 심어주기 좋은 때는 없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을 부자로 키우는 최고의 비법이다.
홍영권
(USC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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