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 자본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모델인 미국에서도 과거 위기 때마다 특정 산업의 지분을 정부가 매입해 국유화했던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미 정부가 2천500억달러를 투입해 주요 금융기관의 지분을 사들이기로 한 것이 이례적 조치이긴 하지만 전례없는 것은 아니었다면서 과거 미국의 산업국유화 조치를 소개했다.
미국은 이상적인 경제모델로 자유 시장경제를 숭배하는 문화를 갖고 있고, 사회주의적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국유화’라는 단어조차 사용하길 기피하지만 국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철도 회사나 광산, 철강, 심지어 은행의 다수 지분도 취득했던 전례가 있다.
우선 미국 정부는 1917년 1차대전 중 전략물품과 무기, 군대의 원활한 수송을 위해 철도를 국유화했다. 종전후 주주들은 보상을 받았고 철도는 1920년 민간으로 소유권이 반환됐다.
2차대전 중에는 미 정부가 철도와 광산, 그리고 심지어 일시적이긴 하지만 몽고메리 워드 백화점 체인도 국유화했었다.
이어 1952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업계의 파업이 발생하면 한국전쟁의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해 전국 88개 제철소를 국유화했다. 이 조치는 대법원으로부터 대통령의 위헌적 권한남용이라는 판결을 받아 오래가진 못했다.
은행 부문에서는 1984년 정부가 오클라호마와 텍사스의 유전에 대출을 해줬다가 지급불능 사태에 빠진 콘티넨털 일리노이 뱅크 앤 트러스트의 지분 80%를 취득했던 적이 있다.
당시 전국 7위 규모였던 이 은행은 당시 규제당국자들로부터 ‘도산하기엔 너무 큰’ 것으로 평가됐었지만 결국 정부는 국유화로 인해 10억달러의 손실을 봤고 은행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넘어갔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1933년 설립된 재건금융공사(RFC)의 투자였다. RFC는 은행에 자금을 지원해준 것 뿐 아니라 당시 13억달러를 들여 6천개 은행의 지분을 매입했다. 오늘날 이런 조치를 단행했다면 현재의 경제규모를 감안해 2천억달러가 필요한 규모였다.
뉴욕대 경제학자인 실러는 정부가 경제가 안정되고 나서 결국 이렇게 국유화했던 업계의 지분을 민간 투자자들이나 은행에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사회주의적 색채가 남아있는 유럽에서는 이런 정부의 산업국유화 조치에 대한 거부감이 미국보다 적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초반 금융위기에 직면했던 스웨덴에서는 은행산업 국유화 조치가 ‘신속한 위기 타개책’이라며 환영을 받았다.
2차대전 이후 유럽 일부 국가는 광산, 철강, 심지어 자동차 업계도 국유화한 적이 있었고 특히 자동차는 1980년대까지 정부의 통제하에 남아있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역사학자인 낸시 코헨은 목표는 자본주의의 엔진을 가능한 한 생산성 있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위기의 시대엔 이데올로기는 사치품이라고 단언했다.
hoonkim@yna.co.kr
(끝)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