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취재차 한인들을 만날 때 듣는 첫 인사말은 “뭐 좀 즐겁고 흥겨운 소식 없습니까?”이다.
워낙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주위에서도 힘들다는 소리만 계속해서 듣다 보니 가라앉은 기분의 전환을 위해 뭔가 새로운 이야기 거리에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그래도 직업이 기자인 탓에 다양한 취재원들을 만나며 많은 뉴스거리와 여러 뒷얘기들을 접하는 관계로 재미난 소식 하나쯤은 알고 있으려니 하고 묻는 그들의 기대에 기자의 대답은 항상 “특별한 소식 없습니다” 였다.
그런데 최근 모처럼 밝은 뉴스거리가 하나 생겼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지면을 통해 살짝 소개하려고 한다.
얼마 전 한 한인의류업체 대표가 최근 극심한 경기불황 속에서 새로운 영역으로 눈을 돌려 삶의 보람과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언론을 통해 접하는 각종 안타까운 사연들과 힘들기만 한 세상사를 돌이켜보며 문득 자신의 현 위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겼다는 이 사업가는 ‘이렇게 살아 숨 쉬고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인데 지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힘든 이웃이 누구인가 살펴보니 어지럽게 돌아가는 세상을 모르고 사는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고 자연스럽게 불우 아동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는 한 불우아동 후원단체를 통해 매달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LA 인근 아동후원 단체 활동에도 기꺼이 동참했다.
그는 “그래도 먹고 살만하니까 남을 돕는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부러운(?) 시선도 받을 수 있지만 결코 형편이 넉넉해서 남을 돕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순히 생계유지만을 위해 일에 매달릴 때는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고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이 가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날 왜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표를 과감히 수정했다”며 “불우아동들의 끼니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기고 나서부턴 힘이 솟구치고 모든 일 처리를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과거보다 못한 매출을 비관하기 보다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등 경비절감을 통해 어떻게든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사업체를 운영하다 보니 즐거움이 절로 생겨났다고 이 사업가는 밝혔다. 사업장에 들어설 때면 자신이 후원하는 아이들의 얼굴이 새록새록 떠올라 일의 능률도 오르고 ‘보스’의 이같은 선행을 알게 된 직원들도 업무에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한다고 그는 귀띔했다. 이런 훈훈한 스토리를 기사화하고 싶다고 밝혔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불우이웃을 돕고 있는데 이제 겨우 ‘남’을 생각하게 된 나같은 인물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것은 창피하다고 생각됩니다”며 “그렇지만 한 번 살아 볼 만한 세상에서 살맛나는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판단돼 인생이 즐겁기만 합니다”
김진호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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