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삭스의 거포 데이빗 오티스가 7회말 대역전극의 시작을 알리는 3점포를 쏘아올리고 있다.
ALCS 5차전 0-7서 8-7로 뒤집기
레이스에 2승3패지만 “사기는 충천”
오늘 6차전 ‘빅매치’
또 다른 ALCS 미러클 컴백드라마의 서곡인가.
빨간 양말의 ‘컴백 킹’ 보스턴 레드삭스가 또 일을 냈다. 탈락 일보직전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하며 챔피언의 저력을 과시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끝나기 전엔 끝난 게 아니다)”라는 요기 베라의 명언을 되살려낸 대 역전극이었다.
16일 보스턴 펜웨이팍에서 벌어진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ALCS(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서 시리즈 1승3패로 막판에 몰려있던 레드삭스는 7회초까지 0-7로 크게 뒤져 안방에서 치욕의 3연패로 탈락하는 듯 했으나 7회말 4점, 8회말 3점을 뽑아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낸 뒤 9회말 J. D. 드루의 굿바이 결승타로 8-7로 기적의 역전승을 거뒀다. 7점 격차를 극복한 역전극은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 역사상 2번째로 큰 뒤집기. 1929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당시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가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7회 10점을 뽑아 0-8 열세를 뒤집고 승리한 이후 무려 79년만에 재현된 기적이었다.
이날 레드삭스의 컴백은 경기흐름상 전혀 꿈도 꿀 수 없었던 상황에서 난데없이 튀어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미 펜웨이팍에서 벌어진 3, 4차전에서 레드삭스를 9-1, 13-4로 연파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에 1승 앞으로 다가선 레이스는 이날 좌완에이스 스캇 캐즈미어를 내세워 레드삭스 강타선을 6회까지 2안타로 완벽하게 틀어막고 1회초 B. J. 업튼의 선제 투런홈런을 시작으로 3회초 카를로스 페냐(투런)와 에반 롱고리아(솔로)가 백-투-백 홈런, 7회초 업튼의 2타점 2루타로 7-0까지 앞서가 그야말로 쾌속항진했다. 레이스 불펜이 메이저리그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빨간 양말’ 덕아웃에 백기가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레드삭스는 컴백에 관한 한 전문가라고 물러도 될 저력의 챔피언이었다. 특히 ALCS에서 벼랑 끝에 몰렸다가 기적의 역전드라마를 쓰는 것은 그들에게 낯익은 시나리오였다. 지난 2004년 ALCS에서 레드삭스는 숙적 뉴욕 양키스에 첫 3게임을 내준 뒤 4게임을 휩쓸어 메이저리그 사상 첫 3연패 뒤 4연승이라는 신화를 썼고 지난해 ALCS에서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1승3패로 막판에 몰렸다가 3연승을 거두고 부활한 경험이 있다. 결국 16일 경기까지 보태면 레드삭스는 지면 끝장인 벼랑 끝에서 치른 ALCS에서 8연승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6회까지 캐즈미어에 꼼짝 못하던 레드삭스는 7회 그랜트 벨포가 구원투수로 올라오며 ‘대 컴백’의 시동을 걸었다. 선두 제드 라워리가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다음 2명이 범타로 물러났으나 코코 크리습의 좌전안타에 이어 데이빗 페드로야가 우전 적시타를 때려 라워리를 홈에 불러들였다. 이어 시리즈에서 17타수 1안타로 잠잠하던 거포 데이빗 오티스가 우월 스리런홈런을 터뜨리자 점수차는 순식간에 4-7로 좁혀졌고 8회 드루의 투런홈런이 터지며 1점차까지 따라간 레드삭스는 계속된 공격에서 크리습의 적시타로 끝내 7-7 동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불이 붙은 대 컴백은 끝내 9회말 극적인 열매를 맺었다. 2사후 케빈 유킬리스가 레이스 3루수 롱고리아의 송구에러로 2루까지 살아나가자 드루가 라이트필더의 키를 넘기는 굿바이히트로 기적의 뒤집기쇼를 완성시켰다.
이로써 승부는 18일 오후 4시30분(LA시간- 중계 TBS) 탬파 트로피카나필드에서 펼쳐질 6차전으로 연장됐다. 쾌속항진에 급제동이 걸렸지만 레이스는 아직 3승2패로 앞서있어 남은 홈 2연전에서 1승만 거두면 월드시리즈에 오른다.
하지만 모멘텀은 분명히 레드삭스쪽으로 넘어갔다. 더구나 6차전 레드삭스 선발은 자시 베켓. 비록 지금 100% 컨디션이 아니라고 하지만 빅게임에선 메이저리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탑 건’이다. 팀 역사상 첫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레이스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는 입장이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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