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있어 산에 오른다고 했던가
우리는 단풍이 있어 길을 떠났다.
바람은 가는 곳을 말하지 않고 불어오고
시간은 흔적 없이 흘러간다.
단풍 역시 찰나를 위해 그렇게 흔적없는 시간을 품고 견디었는가 보다.
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하여 길 위에 올라선 여행.
끝도 없이 많은 할 일 속에서도 단풍의 절정적인 순간은 나를 기다려 줄 것 같지가 않아 후두둑 할 일들을 내려 놓았다. 매일 고만고만한 삶에서 일탈하고 싶기도 하였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늘 푸르기만 한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였다.
새멱 2시 30분에 길을 나선 나는 캄캄한 새벽길을 달리면서도 마음 만큼은 대낮처럼 밝기만 하였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존재한다 대신에 나는 클릭(click) 한다, 고로 존재 한다 하고 흥얼거리며 떠났다. 중간중간 여러 곳 들려 사진을 찍기도 하였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비숍(Bishop, California).
구름이 나의 관심을 사로 잡았다. 구름은 세상 도처에 있었다. 여전히 모든 짐으로부터 자유로운채. 이 구름사진들, 이 사진들은 역설적이게도 혼돈에서 사실로의 이행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실에서 혼돈으로의 망명 혹은혼돈의 적극적인 수용을 보여준다. 나의 사진들은 세계의 혼돈에 대한 그림이며 또한 내가 혼돈과 관계를 맺고 있는관계에 대한 그림이다. 나의 사진들은 인간의 균형을 끊임없이 전복하는 세계와 그러한 세계에 대항해서 다시 균형을 찾으려는 인간의영원한 투쟁이다
현대 사진의 아버지라고 할수 있는 스티클릿츠(Alfred Stieglits, 1864-1946)의 말처럼 우리비숍에는 구름이 있었고 그 구름은 온통 우리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아스펜 나무(사시나무)가 우리의 가장 큰 여행의 목적이였으나 구름과 산, 아무도 오가지 않는 길이 없었다면 어쩌면 너무도 쓸쓸한아스펜 나무들의 단풍 향연이였을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우리는 June Lake 에서 흐드러지게 마지막으로 노란 피를 토해내는아스펜나무들의 임종을 지켜보았다. 아직도 그들의 피부는 우윳빛처럼 [UTF-8?]戮?잕린留?한데 그들의 삶은 이제 마지막 끝자락을 붙잡고 서글픈향연을 베풀고 있었다.
바람에 부르르 떨어대는 수많은 사시나무 잎들, 그들은 온 몸을 그저 내 맡긴채 흔들리고 있었는데 바람이 불어올때마다자그르르르 샤르르르르 혹은 챠르르르르 하면서 그들은 절규를 하고 있었다. 아직 남아있는 햇살에 뒤적거리는 잎, 그러다떨어져 내리는 잎, 이미 땅위에 누워 윤회를 꿈꾸는 잎들이였다.
산에는 눈이 있었고, 그 눈산의 그림자를 안고 있는 호수는 너무나 투명해서 눈물처럼 서글폈다. 그 호수 위에 떠 있는구름과 산의 절묘한 조화는 감히 인간인 우리가 아무리 카메라를 눌러대도 그저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겠다는허무스러움도 동반되 마음이였다. 그래도 우리는 <스티글릿츠>의 사진은 나의 열정이고 진실에 대한 추구는나의 강박 관념이다 라는 말을 이해나 한듯이 움직이는 구름을, 온통 노란색으로 색의 향연을 베푸는 사시나무를, 그리고 황량한사막의 돌과 풀들을 찍었다. 그들은 변하는 계절속에서 생과 사를 반복하는데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인간 밖에 없다는허무감을 극복이라도 하려는 듯 열심히 셧터를 눌러대며 잠시나마 자연 속에서 뒹굴다 온 여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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