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현대작가 11명 소개
박혜숙씨 특별전에 참여
화가 박혜숙은 78년 미국에 온 후 30년간 순수하게 그림을 그렸다. 한 눈에 보아도 ‘표준적인 삶’에 맞춰 살 수 없어 보이는 예술가의 모습을 가진 그녀는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오직 그림만 그렸다.
그것도 잘 팔릴 수 없는 무지하게 큰 대작들만을.
그 모든 시간들이 그녀에겐 겪어내야만 했던 인고의 시간들이었던가 보다. 겪어냈기에 이제는 다소 편안해진 시점에서 관조하는 눈과 손으로 그린 ‘인고의 시간’이 지금 북가주 오클랜드 뮤지엄에서 전시 중에 있다.
가로로 엄청나게 긴 이 그림(2×6미터)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약 20개의 실 꿰인 바늘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그녀는 “우리가 겪어내는 시간들은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의 시간들인데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고하는 줄도 모르고 겪어낸 시간들, 그녀의 시간이기도 했고 나의 시간이기도 했으며 당신의 시간이기도 했던 그 고통스런 시간들이 캔버스를 채우고 있다.
박혜숙씨가 북가주 오클랜드 뮤지엄(Oakland Museum of California)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LA 페인트’(LA Paint)에 전시작가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10월4일 시작돼 내년 3월8일까지 계속되는 이 기획전은 뮤지엄의 필립 리나레스 수석 큐레이터가 미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는 LA 아티스트들의 특징을 보여주기 위해 수년간 작가들의 스튜디오를 찾아다니며 기획한 전시회로, 추상, 팬터지, 만화, 그래피티 등 다양한 스타일로 회화작업을 하는 LA의 현대미술작가 11명을 소개하는 큰 전시회다.
박혜숙씨는 여기에 2007년 작업한 ‘인고의 시간’(Time to Endure), ‘비행’(Flight), ‘문명-재’(Civilization-Dust), ‘비’(Rain), ‘대나무’(Bamboo), ‘스크래치’(Scratch) 등 어두운 회색과 청색 계열의 작품들을 출품했다.
그녀는 또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뉴욕에서 열린 제2회 2008 아시안 현대미술제(Asian Contemporary Art Fair New York)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의 2X13 갤러리 작가로 참가, ‘선셋’ ‘방문자’ 등 2점의 대작을 출품했다. 전 세계 70여개 화랑이 참가한 아시안 아트 페어는 중국, 일본, 한국, 인도, 베트남 등 요즘 세계 미술시장의 신진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젊은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장으로, 지난해 처음 시작돼 큰 성공을 거둔 미술제로 주목받고 있다.
오클랜드 뮤지엄의 ‘LA 페인트’ 브로셔에는 박혜숙이 이렇게 소개돼 있다.
“UCLA 미대에서 그녀는 수업시간에 조용하고 수줍은 학생이었다. 선생들은 그녀에게 ‘큰 소리로 말해 봐’ ‘크게 그려 봐’라고 부추겼다… 몇 년의 고립된 세월 후에 그녀는 결국 선생들의 충고를 따라 그녀 안에 숨어 있던 사교적인 본성과 편안하게 화해했고 큰 소리로 말했으며 크게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곳에서 박혜숙의 전시가 좀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정숙희 기자>
오클랜드 뮤지엄에 전시돼 있는 ‘인고의 시간’. 믹스드 미디어. 84×244in.
지난주 뉴욕에서 열린 아시안 아트페어에 출품했던 ‘방문자’. 96×72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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