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년 동안 탈북 난민 돕기 음악회에 한결같이 성금을 내온 박옥구, 이순옥씨 부부.
맨하탄 통신(서병선 통신원)
지난 18일 뉴욕예술가곡연구회가 시작된 22년 전부터 지금까지 오랜 세월동안 변함없이 귀한 도움을 주고 있는 한인부부가 있다. 박옥구 선생 내외분이다. 이들을 방문한 것은 화창한 날씨에 오전 10시경, 자동차로 Taconic Parkway를 달렸다. 타코닉 파크웨이는 아름다운 호수 위 다리를 건너서 하늘을 치솟는 울창한 소나무 숲을 지나 평화로운 갈대밭을 지나고 때로는 사방이 굽어보이는 산꼭대기를 달리고 때로는 산기슭 맨 밑
에 있는 작은 마을들을 지나가며 멀고 가까운 산 기상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허드슨 강이 병행하는 빼어나게 아름다운 고속도로이다. 이 도로를 약 2시간 달려가다 보니 55웨스트가 나타났고 55웨스트를 타고 약 15분간 더 가니 허드슨 강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포킵시 철교가 왼편에 높이 보이면서 우회전하여 모텔 표지판이 보이자 아름다운 건물이 눈 안에 들어왔다.
미국생활 40년을 사는 동안 이처럼 아름다운 곳을 본 적이 없다. 이 주위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평화의 마을’이란 느낌이 절로 들었다.이곳은 세계적인 요리학교 ‘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가 있고, 도서관, 박물관 루즈벨트 대통령이 살던 집이 한 곳에 모여 있으며, 500에이커에 달하는 철도왕 벤더빌트 맨션이 있는 사적지라 요리를 배우러 오는 사람, 박사학위 논문을 쓰러오는 사람 등 세계 도처에서 오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임없는 명소다. 이곳에 사는 박 씨 부부는 찾아간 나를 먼 거리에 오느라 수고했다며 반겨 맞아주면서 따끈한 티를 내어 준다.
박씨네가 이 모텔을 경영해온지는 벌써 2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 모텔은 크고 작은 방이 40개나 된다는 것. 본 통신원이 박씨 부부를 만난 것은 살고 있던 맨하탄 200가 브로드웨이 근처에서 그들이 락 스미스를 경영할 때였다.박씨의 성실성과 탁월한 기술이 널리 소문이 나 그 가게는 당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박씨는 1965년 광부로 취직이 되어 독일로 갔고 부인 이순옥씨도 같은 해에 간호원으로 취직이 되어 독일로 간 것이다. 하루는 독일에 있는 천주교 신자들이 한 달간 이태리 여행길에 올랐다고 한다.
간호원 후배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이순옥씨가 27세로 가장 나이가 많아 처음 보는 순간 박씨와 걸맞아 보여 둘이 같이 앉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어 한달동안 옆자리에 앉아 여행을 하느라 정이 들고 백년가약의 인연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의 인품이 진실되고 아름다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결과로 맺어진 결혼이었다고 한다. 1969년 미국으로 이민 와 그의 부인은 간호원으로 일하였고 박 씨는 아내의 제의로 락 스미스 학교를 마치고 락 스미스 가게를 독자적으로 열게 되었다. 이들은 슬하에 남매를 두었고 아들 마이클은 뉴욕 유니버시티(NYU) 미술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갖고 있으며 결혼해 두 아들을 슬하에 두었다. 또 딸 제니는 보스턴 유니버시티 대학원 영문과를 나와 아동문학가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현재의 남편을 만나 결혼해 남편의 직장을 따라 지금은 영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한다.
박씨는 개성 출신으로 남하한 이후 형이 개성 집 재산관리를 위해 개성으로 들어간 후 6.25 전쟁이 터져 혈육의 쓰라린 이산의 고통을 경험해 온 사람이다. 부인 이순옥씨는 경상도 안동 출신으로 이퇴계 선생의 후손이라고 한다. 이들의 근면성과 근검절약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정신이라 보여진다. 박씨 부부의 인간관계는 인간의 귀한 뜻이 상통하는 한, 변함이 없고 영원한 것이 보기드믄 미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몇 년 전 이들의 아들 마이클 결혼식 피로연에서 바로 나의 옆에 앉은 인상이 좋은 미국인 부부를 소개받은 적이 있다. 이들은 박씨가 현재 운영 중인 모텔 전 주인 되는 사람들로 플로리다에서 당시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 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들에 따르면 박씨 부부는 훌륭한 사람들이며, 이들과 자기는 영원한 친구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인간의 진실이 점차 사라지고 이기주의와 안일주의가 팽배하며 인간의 신의가 날로 실종되는 이 시대, 박씨 부부의 끈기와 인내로 점철된 이민의 삶과 그의 정성어린 탈북자에 대한 정성은 한인사회에 보기 드문 삶이자, 이웃 사랑이다. 이들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지난 22년 동안 5시간이나 걸리는 먼 곳에서 모텔경영도 마다하고 철의 장막에서 고통 받는 동족 탈북자의 생명을 한명이라도 더 살린다는 일념으로 정성어린 성금을 탈북 난민 돕기 음악회에 전달해온 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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