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윤씨가 추모예배 도중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오열하고 있다. <박상혁기자>
참사 현장엔 아직도 매캐한 냄새만이…
이웃들 “진심으로 기도하고 있다” 눈시울
폐허처럼 변해 버린 보금자리에 단란하기만 했던 일가족의 아메리칸 드림은 산산이 부서지고 없었다.
미 해병대 FA-18 전투기 추락사고로 일가족 4명이 참변을 당한 샌디에고 유니버시티 시티 윤동윤씨의 집.
10일 다시 찾은 현장은 이틀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가득한 채 갈기갈기 찢기고 불타버린 건물의 잔해만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사고 당시의 참상을 그대로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사고가 난 주택가는 교통이 편리하고 한적한 분위기의 중산층 거주지로, 둘째 딸을 낳은 젊은 한인 부부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더 큰 행복을 꿈꾸기엔 그지없이 좋을 듯 했다.
그러나 날벼락과도 같은 전투기 추락은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엄마의 모습도, 어린 딸아이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도, 갓 태어난 새 생명의 우렁찬 울음도 모두 송두리째 삼켜버리고 말았다.
사고 현장은 해병대 소속 군인들과 샌디에고 카운티 소방국 관계자 등 수십명이 현장 수습에 부산한 모습이었지만, 주변에는 예기치 못한 끔찍한 사고로 가족과 이웃을 잃은 슬픔만이 가득했다.
현장에는 숨진 윤영미씨와 친정어머니 김석임씨, 그리고 하은, 하영 두 어린 생명을 애도하고 졸지에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은 가장 윤동윤씨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려는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 백인 부부는 윤 씨 가족 소유의 도요타 코롤라 승용차 앞에 추모 화환을 놓고 갔고, 한 미국인 이웃은 기자에게 “우리가 기도하고 있다고 가족들에게 전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 씨 가족을 알던 주민들은 유모차를 밀고 가며 손을 흔드는 부인 윤 씨의 모습이 아직도 보이는 듯 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앞집에 사는 이웃 마이클 로스(44)는 “사고 당일 아침에도 남편 윤 씨가 출근하며 집 앞에서 부인과 갓난아기 딸에게 키스해 주는 모습을 봤었다”며 “가정에 헌신적이고 성실한 사람들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주류사회의 지원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미 해병대 군 당국은 적십자사를 통해 윤동윤씨의 주거를 마련해주기로 했으며 국방부도 조만간 공식 성명을 통해 애도의 뜻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현재 해병대측에서 무너진 집이 다시 재건축될 때까지 윤동윤씨의 거처를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샌디에고 지역구의 브라이언 빌브레이 연방하원의원도 윤 씨 가족에게 위로금 1,000달러를 전달했다.
<이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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