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세월이 흐른다고 서둘러 말하지 마오
흐르는 것이 어디 세월뿐이겠는지요
나는 어떤지요
그대는 어떻고요
내가 흐르고 산이 흐르고 강이 흐르고
하늘이 흐르는 것이 아닌지요
한 가닥 바람이 풍경(風磬)을 울려놓고 달아났습니다
나는 그 울음소리 끝에 매달려 어딘가에 있을
나의 그리움을 찾아 무작정 먼 길을 떠났습니다.
바다를 건너고 산과 들판을 지나
수많은 강을 건넜습니다.
그렇게 한세월 떠돌다가 잠시 멈춘 곳은
어느 낯익은 작은 놋쇠 종(鐘) 속이었습니다
언젠가 내가 떠나온 바로 그 풍경 속이었습니다.
풍경이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나직이 속삭였습니다.
흐르는 것은 바로 너라고
본향으로 돌아오기 위한 모든 것들의 날개 깃 이라고…
작은 놋쇠로 된 풍경을 땡그렁 울려놓고 달아나버린 바람은 바로 시(詩) 속의 화자(話者) 자기 자신입니다. 그 풍경소리 끝에 매달려 어디에 있을 그리움을 찾아 헤맨 한 세상! 산전수전 다 겪고 수많은 산과 강을 건너 마침내 도착한 곳이 바로 그 작은 놋쇠 종 속… 그 곳이 바로 뭇 인생들의 고향이 아닐까 곰곰 생각하게 합니다. 인간의 노력이란 숙명 앞에서는 보잘것없는 무기력한 존재라고 소설 ‘백경(白鯨)’을 통해 세상에 발표한 미국 작가이자 소설가 이며 시인인 헬만 멜빌은 ‘인생은 집으로 가는 길을 찾는 항해(航海)’라고 했는데, 이는 바로 안봉자 시인의 ‘흐르는 것’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요?
이 시는 안봉자 선생이 지난 2006년 12월19일 토론토 한국일보 <문협광장>에 올린 ‘풍경’의 시작노트 입니다. 안봉자 시인은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면서 현지 신문에 ‘안봉자 시인의 글방’ 칼럼을 연재 중이며, 세계 시 대사(World Poetry Reading Series), 한국문협, 캐나다 한인 문협 회원으로 시집 ‘파랑 날개 물고기’외 1권, 수필집 ‘낙타처럼 그리움을 등에 업고’등 다수가 있습니다.
하루속히 안봉자 선생의 모든 작품이 화려하게 영문으로 번역되어 앞으로 수 년 내에 노벨문학 수상으로 대한민국을 온 세계 문학계 선진대열에 우뚝 서게 하는 역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간절히 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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