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금융권 지원 불구, 개선 기미 안보여
정부, 또 다시 8,850억달러 지원 나서
“국유화만이 해결책” 목소리 높아져
올 -3% 성장 예상 속 조속회복 난망
<런던> 반덜레이 실바는 세계 금융위기의 한가운데 서 있다. 브라질 태생인 근 네덜란드계 소매체인에서 일하기 위해 8년 전 영국으로 이민 왔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지금 그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지난 2005년 세계 경제호황이 끝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일 때 유럽소매체인인 멕스는 런던의 대표적 상점가인 옥스포드 스트릿에 20년 임대계약을 맺었다. 지금 이 회사는 긴축을 원하지만 상점 공간을 인수할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상점의 플로어 매니저인 실바는 “신용경색 때문에 아무도 상점투자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나는 실직하게 될 것이다. 언제인지를 모를 뿐”이라며 한숨이다.
지난 가을 영국정부는 은행들의 부실자산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의 지나치게 관대한 구제안에 비판적이었던 사람들은 영국정부 조치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현재 신용 흐름의 심각한 경색은 영국 경제를 옥죄고 있다. 소매상들은 휘청대고 있고 공장들과 부동산 시장은 암울한 상황이다. 영국 금융시장의 질환과 경제에 대한 심각한 여파는 미국 금융시장의 그것과 꼭 닮아있다.
그러나 영국의 문제는 해결이 더욱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한때 영국의 자랑이었던 글로벌 은행들은 영국 경제 총생산을 저해할 정도로 막대한 부실을 안고 있다. ‘로얄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 하나의 장부상 융자와 자산 총액은 영국 전체 경제규모인 2조1,000억달러 보다도 많다. IMF의 전 수석경제학자인 사이먼 존슨은 “영국은 지금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이들은 지속가능하지 못한 방식으로 금융을 해 왔다”고 지적했다.
영국정부는 19일부터 2차 은행구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문제의 은행들에 대해 대출을 늘린다는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수주동안 가구와 비즈니스들을 위한 융자를 줄여왔으며 앞으로 이것을 한층 더 억제할 계획이었다. 죽어가는 경제에 자극을 가하기 위해 영국 중앙은행은 지난 8일 기준금리를 지난 169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얼어붙은 경기가 풀릴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현재까지 영국정부는 은행들을 구제하는데 8,850억달러를 쏟아 붓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은 영국 국내총생산의 40%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미국의 부실자산 구제 프로그램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 총생산의 5%에 불과한 액수이다. 일부 저명한 전문가들은 영국의 신용 채널이 너무 손상돼 있어 국유화가 되어야만 새로운 대출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영국에서 금융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영국 경제는 금융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올 영국의 총생산은 3%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예상되는 감소폭보다 큰 것이며 지난 1946년 이후 최대 감소이다.
1월은 전통적으로 런던의 대표적 상점가인 옥스포드 스트릿의 세일시즌이다. 이곳에는 존 루이스, 데븐햄스 같은 대형 백화점들과 함께 셀폰, 의류,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 등을 파는 소형 상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올해 이곳 상점들에 내걸린 70%까지의 세일 광고들은 절박함을 드러내 준다. 리즈 클레어본이 지난 2001년 인수한 멕스의 남녀 의류제품들 사이에는 ‘50%까지 세일’ 사인들이 눈에 뜨인다. 머리 위 스피커에서 락 음악이 시끄럽게 나오는 가운데 손님들은 바겐을 찾아 어슬렁거린다.“옥스포드 스트릿이 아직은 인파로 넘친다”고 실바는 말했다.
하지만 12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전년도 같은 달 대비 판매가 3.3%나 줄었다. 파운드화 약세로 유럽대륙에서 온 샤핑객들이 많았던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한 신발가게 매니저는 “바겐을 찾아서 오는 유럽대륙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지역을 벗어나면 빈 상점들이 눈에 많이 뜨인다. 금융위기로 인해 경기침체 사이클 초반임에도 소매부분에서의 파산이 급속히 늘고 있다. 울워스처럼 취약한 업체는 이미 사라졌고 마크 & 스펜서 같은 전통적으로 튼실한 업체들도 점점 더 많은 업소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 소비자들의 부채가 미국 사촌들보다 심각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의 빠른 반전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소매업계의 전망은 실업률 때문에 더욱 비관적이다. 특히 공장 노동자들의 실업이 심각하다. 지난 11월 개인 실업은 180만에 달했다. 이것은 미국의 5분의1 규모인 영국경제에서 지난 11년래 최악의 실업률이다. 런던 금융의 심장부인 ‘더 시티’에서만 금년 한해 6만2,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바클레이 은행은 2,500명 감원 발표 다음날 또 다시 2,100명을 줄인다고 밝혔다. 이런 유혈상황이 금융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중장비 생산업체인 JCB는 지난해 1,000명을 감원하고 추가 감원을 막기 위해 근로자들이 근무시간을 단축했음에도 이번 달 또 다시 684명을 감원해야 했다.
마이너스 경제성장은‘부동산 거품’의 대가
영국이 미국보다 큰 경제성장 감소폭을 감수해야 한다면 그것은 영국이 미국보다 주택시장의 거품을 한층 더 즐겨온 것이 중요한 원인이 될 것 같다. 1995년부터 2007년 사이 영국의 집값은 두배나 뛰어 올랐다. 버블이 정점에 달했을 때 은행들은 보통 개인 소득의 6배에 달하는 모기지를 승인해 줬다.
부동산 회사인 나이트 프랭크의 햄스테드 오피스 에이전트 그랜트 알렉슨(46)은 금년이 힘든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그문드 프로이드와 찰스 디킨슨의 고향이기도 한 런던 북부의 이 아취어린 마을은 보통 집 한 채에 수백만 파운드 가격이 붙는 고급 주택지역이다. 부동산 붐으로 알렉슨은 재미를 봤다. 6자리 수의 연봉에다 연봉의 3배에 달하는 보너스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의 절반만 챙겨도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버블이 정점에 달했을 때와 비교하면 현재 모기지 신청은 4분의3이나 줄어들었다. 러시아 부자들처럼 현금이 풍부한 바이어들이 여전히 집을 사고는 있지만 은행들이 더 많은 다운페이를 요구하는 등 심사에 까다로워지면서 거래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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