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스위스의 몇 도시를 옮겨 다니며 쇼와 식도락을 겸비한 팔라쪼라는 흥행단이 있습니다. 커다란 텐트를 치고 곡예, 춤, 요술을 겸한 쇼를 보여 주는데요. 놀라운 것은 요리를 담당하는 사람은 하랄드 볼파드 (Harald Wohlfahrt)라는 독일의 유명한 요리사였습니다. 그 사람은 하나
따기도 힘든 미쉘랑(Michelin·요리사의 재능을 평가하는 프랑스 제도의 하나)의 별을 셋이나 갖고 있는 사람이거든요. 겨울 두 달 동안 독일의 함부르그에서 쇼가 벌어지는데 이걸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누이 내외가 우리와 동행을 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저에게는 쇼는 둘째이고 그의 작품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말이 텐트이지 그럴듯하게 세워진 건물에 들어서서 우선 칵테일로 시작 되었습니다. 거의 3시간에 걸쳐 쇼를 보면서 4코스의 저녁이 서브된다고 하였습니다. 오케스트라, 코미디안, 가수, 곡예사, 기계 체조단 등이 여러 나라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음악이 시작되고 코미디안이 등장하는 동안 따뜻하게 데워진 빵을 집었습니다. 참 이거 별거
아닌 것 같지만요. 빵을 그렇게 데워주면 그렇게 푸근한 감이 들 수가 없습니다. 따끈한 밥을 먹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겉이 바삭거리는 빵을 입에 넣자 맛있는 저녁일 것을 벌써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첫 코스로 종이장 같이 얇게 저민 날 방어를 펴서 담은 것이 나왔습니다. 보통 날 고기로 만드는 ‘카르파치오’라는 요리에 생선을 대신 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운데에 약간의 샐러드가 담겨져 있었습니다. 분홍빛이 도는 차가운 생선이 새콤한 올리브 기름 드레싱이 군침이 돌게 하는 자극을 주었습니다. 몇 방울 떨어뜨린 졸인 발사믹 식초 맛이 간혹 샐러드 여기저기에 무쳐져서 있었습니다. 혀에 닿자 그 달콤한 맛이 자극을 한층 더해 주었습니다.
쌍둥이 형제의 묘기를 보는 동안 감자로 파스타처럼 동글동글 하게 만든 뇨끼(gnocchi) 가 나왔습니다. 크림의 고소한 맛이 먼저 혀에 닿았고 매운 카레와 코코넛의 향기가 뒷 여운을 남겼습니다. 캐나다 사람인 코메디안이 우리 테이블로 닥아 왔습니다. 동양 사람이 손님 중에 저 뿐이었으니 눈에 뜨인 것이지요. 저에게 뉴욕에서 이런 쇼를 볼 수 있느냐 하면서 콧대를 치키고 옆 눈으로 내려다 보았습니다. 더 잘 하지요 저도 그의 제스처를 흉내냈습니다.
샹송의 리듬에 맞춘 러시아 무용사의 훌라후프 춤이 어찌나 육감적인지 매료되어 있었습니다. 메인 코스가 서브 되었습니다. 닭고기 가슴살의 가운데에 오리 간을 채워 넣고 익혀서 어슷하게 잘랐더군요. 거품 같이 부풀려서 으깬 감자 위에 얹어 서브 하였습니다. 색깔 있는 야채와 붉고 짙은 소스가 화려하게 접시를 장식 하였습니다. 말랑 거리는 오리간과 닭고기가 말할 수 없이 부드러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익혀서 그렇게 부드럽게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포도주, 라벤더(lavender) 꿀, 닭고기 맛이 조화를 이루고 짓은 소스와 함께 입에서 전율을 일으켰습니다. 부풀린 감자의 촉촉하고 고소한 촉감을 혀에 느끼며 눈을 지긋이 감았습
니다.
거의 350명 정도로 추측되는 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렇게 하나 같이 완벽한 작품을 내어 놓는지 감탄 할 만하다고 생각 했습니다. 뒤에서 몇 사람이나 일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였습니다. 모두들 그가 미쉘랑 별 셋을 딴 요리사라며 저에게 자랑을 하였습니다. 사실 요즈음 독일의 재
능 있는 요리사들의 실력 경쟁은 프랑스나 스위스 요리사들과 어깨를 겨누는 상태입니다. 독일 사람들의 주식이요 간식인줄 알았던 소시지와 사워크라트는 어디로 갔는지 그런 것 먹고 싶으면 오히려 찾기가 힘들지요. 복잡한 상가의 길거리에 세워진 막에서 간식으로 먹는 것이 고작인 신세로 밀려 났으니 말입니다. 쯔쯧!
4명의 이탈리아 기계 체조사 들의 아슬아슬한 묘기를 보면서 가볍게 바삭 거리는 과자 사이를 채워 넣은 무스(mousse)를 입에 넣었습니다. 그랑마르니에(오렌지 향이 나는 식후에 마시는 술) 맛이 났습니다. 이런 재주꾼에겐 저도 별을 서슴치 않고 주리라 생각 했습니다. 그의 레스토랑이 있는 독일 남쪽 트라우베 톤바흐(Traube Tonbach) 호텔에 꼭 한번 가볼 작정을 하고 있습니다. <계속>
하랄드 볼파드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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