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지역 교육감이 공부 잘하는 아시아계ㆍ백인 계층 학생과 성적이 떨어지는 흑인ㆍ라틴 계층 학생간 학력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해 주목받고 있다.
4일 새너제이 머큐리뉴스에 따르면 실리콘밸리내 `강남 학군’으로 불리는 팔로알토 지역 교육감인 켈리 스켈리는 최근 부모의 학력과 학생의 영어 능력 등 기본 요건이 다른 학생들이 비슷한 수준의 성적을 얻게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 교육당국이 인종간 학력 격차를 좁히는 일을 초중등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는 가운데 스켈리 교육감은 교육자들이 학생들의 학력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이상적인 목표를 갖고 있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정직한 게 아니다. 교육적인 면에서 오히려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내 팔로알토는 미 서부의 명문 스탠퍼드대가 위치, 인근 지역보다 초중고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높아 명문 학군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스켈리 교육감은 평균 성적의 학생을 기준으로 할 때 학력이 낮은 부모와 살고 영어 사용이 어려운 학생이 미국에 와 공부하면서 스탠퍼드 박사 출신의 어머니를 둔 학생들과 똑같은 수업을 받고 비슷한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켈리 교육감은 1년 7개월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팔로알토로 옮겨와 팔로알토 내 17개 학교의 교육 관리를 맡고 있다.
스켈리는 흑인과 라틴 계층 학생들의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학교가 노력해야만 하고, 또 노력하고 있지만 학력 격차를 해소한다는 이상적인 논리 때문에 가정이나 정치인, 지역 사회가 모두 학교에만 의지하고 손을 놓게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스켈리는 학교가 혼자 힘으로는 가정과 친구, 지역 사회 등 외부 환경적 영향력을 이겨낼 수는 없다며 유치원에서부터 재정적 지원을 늘려 학생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학생들의 성적을 취합한 주정부의 `2008 학력 지수’(1천점 만점) 자료에 따르면 팔로알토내 한국과 중국, 인도, 일본 등 아시아계 학생의 학력 지수가 972점으로 가장 높고 백인 계층 학생의 학력 지수는 934점으로 나타나 있다.
반면 라틴 아메리카 출신의 학생들의 학력 지수는 746점, 흑인 계층 학생은 700점으로 백인과 흑인 계층 학생들의 학력 격차는 234점에 이르러 상당한 차이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캘리포니아주 전체에선 백인과 흑인 학생간 학력 격차가 157점, 백인과 라틴 학생들의 학력 격차는 133점으로 나타나 실리콘밸리 지역내 학력 격차가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학력에 대한 연구 결과에 근거, 어머니의 교육 수준과 학생의 성적이 매우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팔로알토 학부모 단체는 인종에 구분없이 초등학교 시절에 공부를 잘하던 학생이 중고교에 가면 성적이 떨어지고 거의 졸업하지도 못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며 중고교의 교육 자체가 가장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반박했다.
학부모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을 제대로 키울 필요가 있고 능력있는 교육자를 양성해야 한다며 교육 과정에 학부모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학력 격차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내 샌타클라라 카운티 교육감인 찰스 웨이스는 학생들의 가정환경 등 외부적 요인보다는 교육의 힘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학력 격차는 줄일 수 있고 교육자는 그런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정부 교육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학력 격차를 줄인다는 목표는 매우 중요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에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일부 학교는 학력 격차 해소 방안의 일환으로 연간 수업 일수와 1일 수업 시간을 대폭 늘리고 교사와 학생간 1대 1 수준별 수업을 도입, 시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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