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경제위기의 본질은 유동성의 위기다. 시장에서 신뢰가 사라지고 그 결과 돈이 제대로 돌지 못하면서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연방정부가 천문학적인 액수의 구제금융을 퍼붓고 있는 것은 이런 유동성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금융기관들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도 향후 경기 악화를 우려해 여전히 대출을 꺼리고 있다. 실제로 은행들의 이런 우려는 현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직자들이 증가하면서 대출 체납이 뒤따르고 이것은 은행의 유동성 감소와 대출 축소로 이어지는 ‘부정적 피드백 고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경기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돈이 원활하게 돌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은행들이 대출에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출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서 특히 한인은행들의 대출 몸 사리기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보 4일자 보도에 따르면 대다수 한인은행들의 지난해 4·4분기 대출이 전 분기에 비해 줄어들거나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연말 대부분 은행들이 연방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음에도 대출 창구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대출 위축이 금융권 전반의 현상이라지만 문제는 한인은행에서 거부된 대출이 미국은행들에서는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 1992년 4.29폭동 후 한인업소 재건과정에서도 나타났었다. 당시 자신의 구좌가 있는 한인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하고 미국은행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많은 업주들은 한인은행들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신중함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지나쳐 몸 사리기가 된다면 은행, 특히 커뮤니티 은행의 존립 이유를 저버리는 일이 된다. 한인은행들이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의 많은 부분은 큰 액수의 대출이 부실 처리된데 기인하고 있다. 거액 대출보다는 되도록 많은 중소 비즈니스 업주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소액 대출 활성화에 좀 더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1,000만달러면 10만달러 대출을 100건이나 할 수 있는 액수이다. 리스크 관리 면에서도 이런 대출 행태가 바람직하다.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최근 “시장에 돈이 공급될 수 있도록 은행들에 대출확대 실적을 보고하도록 하는 등 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감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은행들의 자발적이고도 적극적인 대출 의지다. 이런 자세가 없다면 한인은행들이 내세우는 ‘커뮤니티와의 동반 성장’이라는 구호는 립 서비스로 밖에 볼 수 없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