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자가 있다. 철없던 시절의 꿈은 탐정이었지만 대학 졸업 후 교사, 기자를 거쳐 소설가가 되었다. 30대 후반의 어느 날 정신 분석을 받은 이후 집을 팔아 세계여행을 떠난다.
이십 대 중반부터 인간의 마음이 무엇인가를 궁금해 하면서 심리학이나 정신분석 책을 많이 읽었던 탓일까? 정신분석을 받고 난 후의 여행이었던 탓이었을까? 여행하면서 눈에 들어오는 모든 사물들이 그녀에게는 정신분석의 대상이 되었다.
이국의 풍광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작가 내면에 억압된 무의식의 투사물로 살아난 것이다. 그래서 그 결과물로 나온 에세이들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심리분석서가 되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는 모두 여행에서 만나고 겪은 일들이지만, 작가는 그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심리를 해석하고 자기 자신을 성찰한다. 이 책이 바로 소설가 김형경이 쓴 심리에세이 <사람풍경>이다.
책은 일반적인 기행수필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진행되는 게 아니라 정신분석의 진행방식을 따른다. 감추고 싶은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 지금껏 외면해온 억압된 무의식을 인정한 다음 건강한 정신을 갖기까지의 과정이 27편의 에세이에 반영되어 있다.
정신과 의사이자 유명한 컬럼니스트인 정혜신은 이 책에 대해서 이렇게 평한다. “오랜 기간 정신분석을 체험한 소설가 김형경의 <사람 풍경>은 목욕을 막 끝낸 사람의 비누냄새처럼 인간의 무의식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문학적 향기가 있는 정신분석서,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나는 그렇게 말하겠다.”
책 속에서 내가 건진 빛나는 한 문장을 소개하면서 글을 맺는다.
“인간 정신에 ‘정상’의 개념은 없으며, 생이란 그 모든 정신의 부조화와 갈등을 끊임없이 조절해 나가는 과정일 뿐임을 알게 되었다.”
이형열(알라딘 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사람풍경. 김형경 지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