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국으로 돌아가자니… 미국에 남아 있자니…
불황으로 일자리 ‘뚝’
이민 단속 강화 이중고
작년 1백만명 귀국 추정
귀국해도 할 일 없고
다시 오기도 어려워 갈등
7명의 불법 체류자와 LA의 좁은 아파트에서 기거해온 일일 노동자 페드로 파블로는 얼마전 과테말라 영사관에서 마련해준 편도 버스표를 들고 부인과 5명의 자녀들이 살고 있는 고국으로 떠났다. 4년 전 과테말라에서 밀입국한 그는 미국을 떠나기 전 아메리칸 드림을 접듯이 미국 국기가 새겨진 담요를 천천히 접으며 “이제는 돌아가 가족들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 것 같다”는 말로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파블로가 국경을 넘을 때만하도 경기가 좋아 짭짤한 수입을 올리며 고향에 송금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해 중반부터 일거리가 뚝 떨어지더니 1주일에 3일 일하기도 벅찼다.
미국 내 수많은 이민자들이 파블로와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 경기가 악화된 미국에서 기약없이 일거리를 찾아 다녀야 할 것인지, 아니면 경기가 더 나쁜 고국으로 돌아갈 것인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UCLA 아벨 발렌주엘라 교수는 “미국 내 일용직 노동자들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경기가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절인 1990년대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주택 건설에서 농장 일까지, 또는 도살장 일에서부터 파출부에 이르기까지 일용직 근로자들의 일거리가 넘쳐났었다. 그러나 경기 압박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심지어는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까지도 일일 노동시장에 뛰어들어 일거리를 찾고 있는 실정이다.
이민관계 전문가들은 귀국하는 라틴계 이민자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경기 위축과 이민 단속으로 인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일 노동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만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제 사정이 악화됐다고 이들 노동자들이 쉽게 돌아가지는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달에 1~2일 시간당 최저 임금인 8달러를 받는다고 해도 고국보다 수입이 좋다는 점 ▲미-멕시코 국경 경비가 강화돼 한번 돌아가면 다시 들어오기가 어렵다는 점 ▲미국 밀입국 알선비용이 3년 전 1,500달러에서 요즘은 6,000달러를 크게 뛰어 올랐다는 점 등이 주요 이유다.
워싱턴 소재 이민연구센터의 스티븐 카마로타는 센서스 자료를 분석하면 지난해 약 100만명이 고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집계된다면서 강화된 국경 경비와 직장 불체자 단속이 불체자들에게 이민법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려준 결과라고 말했다.
불체 노동직의 고국행으로 인해 미국 내에서는 오히려 세금납부 합법 체류자와 교육수준이 낮은 계층이 혜택을 보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불체 일일 노동자들의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것도 문제다. 미국내 실업률이 7.6%를 웃돌고 있지만 농장에서 토마토를 따고 포도와 오렌지를 거두는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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