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전 바닷가 실종 고준희씨의 부모 애끓는 심정
고준희씨의 아버지 고천용씨가 지난 10일 팔로스버디스 자택 거실에 마련된 아들 준희씨의 사진을 바라보며 슬픔을 달래고 있다. <이종휘 기자>
“아들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라 실종되기 전 함께 가곤했던 식당에도 못가고 있습니다”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지난해 2월24일 팔로스버디스 해변에서 바다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고 물속에 뛰어들었다 파도에 휩쓸려 실종된 후 아직까지 생사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고준희씨(본보 2008년 2월26일, 3월1일자 보도). 지난 10일 고씨가 실종된 현장에서 만난 아버지 고천용씨는 자꾸 아들 생각이 나는 듯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바다에 빠진 친구 구하려다 파도 휩쓸려… 추모비 이달말 건립
고씨는 “LA 지역 한인식당에 준희를 많이 데리고 갔었는데 아들 생각이 날까 봐 웬만한 식당은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씨는 “한동안 대인 기피증이 생겨 사람을 만나는 것이 힘들기만 하다”며 “요즘은 (아들을 잊기 위해) 술잔을 기울이는 일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고씨에 따르면 부인 고규재씨는 사무실에 있는 서류에 아들이 남긴 글씨만 봐도 울음을 터뜨린다고 한다. 일 속에 파묻혀 아들을 잊으려고 수없이 노력하지만 효력은 잠시 뿐. 아들의 모습이 계속 눈에 아른거려 눈시울을 붉히기 일쑤다.
실종사건 이후 가족 간 대화도 줄어들었다. 아버지 고씨는 “매일 아침 ‘마이 프렌즈, 필승!’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아들 둘을 깨웠었는데 요즘은 그것도 못하고 있다”며 “우리 가족 모두에게 지난 1년은 악몽과 같은 세월이었다”고 말했다.
가끔 신문지상을 통해 한인 관련 사건사고 소식을 접하게 되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그는 “지난주 라하브라에서 에이프릴 황씨가 음주운전자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로 숨졌다는 뉴스를 읽으며 동병상련을 느꼈다”고 말했다.
고씨 사건과 관련, 랜초팔로스버디스 시의회는 지난해 9월16일 고씨를 추모하는 벤치를 설치하고 추모비를 사고현장에 세우기로 결정했었다. 추모벤치는 현재 현장에 마련돼 있고 추모비는 이달 말 완성돼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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