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87세… 20일 장례 미사
“나는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여러분도 사랑하면서 사세요.”
한국 사회의 큰 어른이었던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이 한국시간 16일 오후 6시12분께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서거를 뜻하는 천주교 용어)했다. 향년 87세.
김 추기경은 지난해 7월 노환으로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한 뒤 10월 초 한때 호흡곤란으로 위독했다가 다시 의식을 회복했지만 갑자기 폐렴증세를 보이다가 이날 오후 급격히 병세가 악화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추기경께서 우리 곁을 떠나 하느님 품안에서 선종했다”며 “추기경께서는 마지막까지 주위에 ‘고맙다’ ‘감사하다’며 미소와 인간미를 잃지 않으셨다”고 애도했다.
1922년 7월22일 대구에서 독실한 가톨릭 집안의 막내로 출생한 고인은 1951년 사제품을 받았고 1968년 대주교로 승품한 뒤 서울대교구장에 취임했다.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 때 한국인 최초의 추기경으로 서임됐을 당시 전 세계 추기경 136명 중 최연소였다. 김 추기경은 1998년 정년(75세)을 넘기면서 은퇴했다.
김 추기경은 단순한 종교지도자를 넘어 온 국민이 존경하는 인물이며 지난 40년간 한국 현대사의 정신적 지주였다. 그는 항상 약자의 편에 서서 모든 사람을 ‘형제’로 삼아 사랑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았고 “가난하면서도 봉사하는 교회, 한국의 역사현실에 동참하는 교회상”을 외쳤다. 유신정권 때는 반독재에 앞장섰고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 때는 권력에 맞선 보루로 명동성당을 지켜내는 등 한국의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1989년 세계성체대회 때 장기기증을 약속해 선종 직후인 이날 오후 7시20분 강남성모병원에서 안구 적출 수술을 마쳤다. 김 추기경의 유해는 이날 밤 명동성당으로 옮겨져 본당에 마련된 유리관 안에 안치됐다.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진다. 20일 오전 10시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 주재로 장례미사가 열리며 장지는 용인 천주교 서울대교구 성직자 묘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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