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때야 다른 부부들이 그러했듯 저희 남편도 아내인 제가 우선이었고 자신만의 잣대로 저를 대해주었었지요.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아내의 감정이 우선이었던지라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는 전적으로 내게 동의해주는 남편과의 대화만으로도 모든 마음의 짐이 풀리곤 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인 나의 감정보다는 자신의 생각 더하기 다른 이들의 일반적 견해를 덧붙여 이야기하기 시작하더니 결혼 7년차인 지금은 괜시리 남편에게 얘기했다가는 생채기 위에 소금 덧뿌리듯 쓴 소리에 마음만 더 다쳐 아예 혼자 삭히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어쩔 때는 그래! 책 제목같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우린 각자 다른 별에 왔으니 치사해도 옆구리 찔러 절 받자! 라는 심정으로 내가 속상해서 무언가 얘기를 할 때는 당신에게 어떠한 해답을 요구하거나 잘잘못을 따져달라는게 아니라 그저 들어만달라는 것 뿐이야. 당신은 나를 바라보며 “그래~ 응~ 맞아~” 이 세마디만 잘 해줘도 충분해. 라는 이야기까지 해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랬겠네~ “, “그건 당신이 잘못한거지” 등등. 남편은 종종 판사가 되고 급기야 남의 편까지 되어버리기 일쑤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은 말을 잘 하는 것 그 이상으로 중요한 일임에 틀림이없습니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을 곁에서 찾지 못해 많은 이들이 비싼 돈을 지불하고 정신과나 상담소를 찾는 것이겠지요. 이거 그렇다고 남편에게 20달러 쥐어주며 나 지금부터 딱 1시간만 얘기할테니 잘 들어줘.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신혼 때 눈맞추어가며 내 이야기에 경청만으로도 속상한 맘을 다 풀어주었던 남편은 대체 어딜 간건지.
그래~ 우리가 진짜 生活을 하면서 너무나 현실적이되어서 그런가보다. 이건 누구나 어쩔 수 없는 문제일거야 싶다가도 한번씩 공허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뭐 어디 대화법 뿐이겠습니까. 신혼 초에는 각종 가구들의 모서리에 유난히 새끼발가락을 잘 부딪히던 저였기에 툭하면 집안 곳곳에서 “아야~”하는 비명소리가 울리기 일쑤였는데 그럴때마다 수퍼맨처럼 잽싸게 나타나던 남편이었지요. 피부만 살짝 벗겨졌을 뿐인데도 약통이다 밴드다 유난을 떨며 처치해주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자 약통대신 빈손으로 터벅터벅 걸어와 어디 다쳤나 살펴주더니 나중엔 “어디 다친거야?” 어? 그런데 걱정스런 목소리 뒤에 더 이상 남편의 얼굴은 보이질 않더군요. 아마도 그때부터 남편은 텔레비젼과 진지한 대화를 하기 시작했나 봅니다. 그러고 또 시간 흘러 나중엔 아예 목소리 조차도 들리지를 않더니 요즘은 어딜 부딪히면 도대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조심성 없이 그리 부딪히고 다니냐며 기다렸다는 듯 타박과 함께 쯧쯧~ 혀까지 차주니 치사하고 기분 나빠 혼자 조용히 아파하고 맙니다.
며칠전 싱크대에 연결된 정수기필터를 갈아주다 손가락을 베인 남편이 밴드를 찾자 “뭐 그정도에 밴드야. 엄살은~ 좀 조심 좀 하지!”라며 면박을 주고는 (사실 그 필터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혼자 회심의 브이와 미소를 지어보였다면 아~~ 너무 옹졸하고 유치한것일까요. 결혼의 최대 잇점이 영원한 내편이 생긴다는 것인데, 주변잣대로 나를 평가하기 보다는 그저 나의 편에 서서 늘 마음으로 지원해주기를 언제나 바랄 뿐입니다.
그렇게 남편의 지원사격 받는 아내들은 그 몇배 아니 몇십배로 남편에게 마음을 지원을 해주게 된다는 사실을 남편들이 아니, 적어도 우리 남편만이라도 좀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