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만 해도 어학 연수한답시고 영국으로 미국으로 꽤 나갔던 한국인들도 불경기엔 몸을 사리듯 한국 내에 머물고 있다. 수년 전, 영국 캠브릿지 기차역에서부터 대학 캠퍼스로 가기까지 꽤 많은 한국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이 한국 사람인 줄 아는 이유는 핸드 폰을 들고 길에서 크게 한국어로 떠들고 다녔기 때문이다. 외국어를 배우려면 내 것을 버리고 남의 것으로 나의 생각 속에 가득 채워야한다. 정말 외국어를 배우고자 하면 한국어가 전혀 안통하는 곳으로 가야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들은 조크 하나를 소개하면, 며느리도 직장에 나가는 탓에 한국에서 오신 경상도 시어머니는 혼자 계셔야 했었다. 며느리는 출근하면서 시어머니께 “어머님, 전화가 오면 노바디 홈 (Nobody home) 하시면 돼요.”라고 말씀드렸다. 전화가 오니 이 시어머님은 수화기를 들고 “할롱교, 노바디 홈이라예”하셨단다. 상대방이 이해를 했는지에 관해서는 들은 바 없다.
영어 표현은 섬세하다. 대화에서 이름(first name)을 쓰기 때문에 내가 누구에게 말하는지가 명확하다. 명동 길을 가다가 그냥 “사장님!”하고 불러서 모두가 돌아보게 하질 않고, “김 아무개 사장님”으로 함으로써 누구를 부르는 지가 명확하다. 미국 처음와서 옆집의 백인 할머니에게 이름을 부르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렸었다.
실화를 하나 소개한다. 육 이오 전쟁 당시 미군 부대에서 하우스 보이로 일하던 두 사람이 있었다. 전쟁이 끝난 수년 후 함께 일하던 한 미군이 본국으로 돌아간 후 성공해서 한국에 지사를 차리러 왔다. 이 이야기를 들은 두 사람은 호텔에서 묵고있는 그를 찾아왔다. 반갑게 맞이한 그 미국인은 두 사람에게 뭐하고 지내느냐고 질문을 했었다. 첫번째 사람은 “논다”라고 하는 답을 영어로 플레이(Play)라고 표현했다. 미국인은 다시 “뭐하고 노느냐?(What do you play with?)”라고 물었다. 한국인은 그냥 논다는 답을 “자스트 플레이(Just play)”라고 했다. 모르긴 하지만 하여튼 뭔가 하고 있다고 느낀 이 미국인은 두번째 사람에게 넌 뭐하냐?고 물었다. “할일이 없다(I have nothing to do)”라고 답한 두번째 사람이 한국 지사장 자리를 차지했고 첫번째 사람은 친구들 사이에서 “자스트 플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러한 문화권에서 사는 사람들은 법율이나 규정을 쓸 때에도 정확한 표현을 함으로써 오해의 여지를 최소한으로 줄인다. 그냥 “싸고 좋은”우리의 관념이 아니라 “가격은 얼마 이하에 품질은 어느 정도 이상”으로 명확하게 표현하는 그들의 관념을 빨리 익혀야 영어를 빨리 배울 수 있다.
지금 이 지역 한인회의 인수 인계 과정이 진흙탕이 된 것도 분쟁의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내규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누구누구에게 물어봐라 정도이다. 흔하게 발생하는 한인 교회의 내분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냥 “좋은 게 좋다”고 하다가 분쟁이 생기면 서로가 손가락질하면서 사탄들이라고 한다. 어느 쪽이 잘못된 건지 비춰볼 상세한 내규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목회자 해임안에 관한 내규는 한인 교회에서는 거의 없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간통한 목사가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기다려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영어권이 된 이세를 가르치는 교회라면 더욱더 생각해 볼 사항이다.
정확한 표현에 관한 예를 한가지 더 들자면 문을 두드렸더니 응답이 없는 상황에서 “아무도 없더라(Nobody was home)”는 표현은 틀렸다. “아무도 응답을 안하더라 (Nobody answered the door)”고 해야된다. 집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 지는 확인이 안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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