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감 남편’ ‘상실감 아내’ 불화 소지많아
가정불화를 겪어오던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자살한 퀸즈 베이브리지 콘도 살해사건<본보 2월23일자 A1면>으로 한인사회가 또다시 충격에 빠졌다.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점차 붕괴되고 있는 한인가정의 단면을 보여준 이번 사건을 바라보며 뉴욕·뉴저지 한인들은 과연 자신들은 건강한 가정을 영위하고 있는지 각자 돌이켜보는 계기로 삼고 있다. 한인 가정불화의 근본적인 원인과 바람직한 해결책을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상) 한인 가정불화의 원인과 실태
(하) 가정불화의 원만한 해결 방법
한인 밀집지역을 관할하는 퀸즈검찰청 가정폭력 담당부서에는 요즘 월 평균 20건 정도의 한인 가정폭력 사건이 접수되고 있다. 사건의 대부분은 아내나 여자친구에게 폭행을 가하다 경찰에 체포된 한인 남성들이 주를 이룬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퀸즈지검에서 한인 가정폭력 수사를 전담했던 서경훈 검사는 “미국인과 달리 한인들은 폭력을 당해도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짙다. 배우자의 상습적인 폭행을 그냥 방치했다가는 살인으로 번져 더 큰 피해를 낳을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뉴욕가정상담소(소장 윤정숙)에도 최근 가정불화로 상담을 요청하거나 가정폭력 피해로 도움을 찾는 전화가 월 평균 30여 건에 달한다. 과거 월 평균 15건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증가한 셈이다. 윤정숙 소장은 “이민 후 부부가 밤낮으로 일하면서 알게 모르게 배우자에 대한 갈등이 커가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자녀들과도 문화적인 차이나 세대 간의 갈등으로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가정불화를 키우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부장적인 경향이 짙은 한인 이민 1세 남성들이 아내나 자식들보다 미국생활 적응 속도가 늦어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서 불화가 싹트기도 한다고. 요즘 같은 불경기일수록 가장이 느끼는 책임감은 커진 반면, 생활력이 따라주지 않는 불균형으로 스스로 자책하거나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하찮은 일로도 공연히 가족들에게 상습적인 분풀이를 일삼기 쉽다는 것. 또한 자녀가 모두 성장한 뒤 갱년기를 맞은 여성들이 뒤늦게 자신의 존재감을 찾고 싶어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남편이 아내에게 기대려는 마음이 커져 황혼이혼을 두고 부부 갈등이 심화될 수도 있다고.
이번 베이브리지 살인사건은 이민생활이 오래돼 재정적으로나 생활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인데다 부부가 모두 명문대 출신의 고학력자라는 점에서 또 다른 충격이 되고 있다. 가정문제 전문가들은 고학력 한인일수록 주변의 이목을 의식하거나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치부인 가정불화를 더욱더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며 속으로 끙끙 앓다가 문제를 더 키우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은·윤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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