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문자 (수필가/ 시인)
떠나시렵니까? 지도는 찾으셨나요?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로 가는 방법을 알려주어요.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당신이 알 수만 있다면, 그 길을 알려주실건가요? 그러나 우리가 같은 곳을 찾아간다고 모두가 같은 길로 가는 것은 아니더라구요. 당신은 산길을 따라서 가기를 좋아한다고 말을 하지만, 어제 만난 나의 친구는 바닷가를 따라서 가고 싶다는군요. 나는 낮은 산으로 둘로싸인 들판을 지나서 개울을 건너, 꽃이 피어있는 언덕을 넘기도 하고 안개 속을 지나기도 하면서 여기에 와 있답니다.
갈림길에 도달하시면, 어떻게 하시렵니까? 산책을 나오신 것이라면 아무래도 상관이 없을 것이며 어쩌면 두 갈래의 길을 모두 섭렵할 수도 있을테지요. 목적지가 정해진 것이라면 그냥 초지일관 그 방향으로 가실거겠죠? 갈길은 멀고, 또 지도를 가지고 계시다면 이리저리 정처없이 헤메는 일이란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이상하지요. 그토록 많은 길을 지나왔지만, 한꺼번에 여러 방면으로 가는 길이 있었다고 해도, 내가 가야할 길이란 언제나 하나밖에 없던데요. 내가 가는 방향과 반대쪽으로 가는 길은, 아무리 멋지게 보인다고 해도 그 쪽으로 갈 수은 없었기 때문이지요. 목적지는 언제나 멀리 그 길이 끝나는 곳에서 나를 기다라고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우리들의 여로는 서로 비슷하면서도 각각 다른 모양을 하고 있어요. 우리가 모두 비슷하면서도 다른 얼굴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어떤 사람은 자기의 형편 때문에 그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만드는 사람이 가족의 일원이기도 하고, 경제적인 원인이기도 하고, 혹은 저항하기 힘든 그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운명, 또는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위대한 힘이 한 사람을 그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갔다는 것이지요.
당신이 단 한군데의 학교에만 입학이 허락되었다거나, 오직 한 곳에서만 당신에게 직장을 주겠다고 연락이 온다면 어떻게 하시렵니까? 선택의 여지가 있을리가 없겠지요? 그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서 그 쪽으로 인도되어 가는 것과 비슷한 사정인 것이지요. 또 불가항력의 일이라는 것이 있기도하고요. 깊은 산을 내려와 본 사람들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때때로 산에는 오직 하나의 길만이 뚫려있기도 하고 비록 차를 타고 간다고 해도 하나 밖에 없는 길을 오랫동안 달려가야 한다는 경험을 하게되는 것이죠. 그러한 경우에는 방향을 바꿀 수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길을 가야만했던 사람들은 그가 보았던 또 하나의 길. 자기가 가보지않은 그 길은 어떠했을까 되돌아 볼까요? 세월이 간 다음에 되돌아보는 길. 어쩔 수 없이 자기가 가야만 했던 길. 그 길은 마치 어떤 힘에 의해서 인도된 길이라고 여겨질 뿐만 아니라, 그것이 마침내는 축복의 길. 운명이라는 이름의 길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그렇게 생각되는 이유는 ‘고난이 지난 후에는 반드시 그 보답이 온다’라는 말씀의 순서가 대강 그렇게 이루어지기 때문이지요.
당신도 이제 떠나시렵니까? 지도는 찾으셨나요? 가장 안전하고 빠른 길을 알고 싶으신가요? 그러나 서두르지는 마시어요. 길이란 언제나 구비구비 돌아가고 당신과 나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도 있으며, 쉬어가는 바위도, 새들이 노래하는 숲과 한송이 야생화, 한마리의 나비, 무엇보다도 함께 갈 당신의 동반자, 재재거리는 당신의 아이들, 그리고 정다운 친척들도 모두 당신의 길동무인 것이죠. 자 이제 즐거운 여행을 함께 떠나실래요? 지도는 이미 찾아놓으신거죠?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