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일년에 한 두번씩은 교도소 선교를 했다.
몇명의 성도들이 팀을 만들어 연극과 찬양등 각자의 탈렌트로 그들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쉼터를 주고 오곤했다.
교도소 선교팀이 같이 가자고 권할때 마다 나는 번번이 거절하곤 했다.
웬지 그곳 사람들이 너무 무섭고 행여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겁쟁이 마음에서 였고 또 무엇보다 다녀온 이후에 그곳에 갇힌 죄수들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착잡하고 우울한 기분이 될까봐 더욱 싫었을게다
계속 권유하시는 분께도 도리가 아닐것 같아 마침내 합류해 가게 되었는데 얼마나 절차가 복잡한지 대기하고 조사 받는데만 두시간 정도 걸린듯 하다. 들어가는 문은 한 두개가 아니고 들어갈때 마다 철컥 철컥 문 잠기는 소리와 높이 하늘로 뻗은 삭막한 담벼락은 처음 간 내 심장이 얼어붙는데 충분했다.
오렌지색 수의를 입은 무기징역 중범 죄수와 파란색을 입은 모범 죄수들이 하이얀 형광등 불빛을 지나 한명씩 들어올때 마다 가슴이 얼마나 뛰었던지 다리까지 후둘후둘 떨렸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수심으로 가득찬 무거운 표정들의 감정 없는 눈길속에 우리는 마치 물위에 기름 떠있듯 전혀 조화를 이룰수 없는 궨한짓을 하고 있는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마음을 텃치하는 노래가 퍼지면서 한명씩 마음이 열리고 표정이 풀리기 시작했고 음악에 맞춰 연극을 연출할때는 그 무거워 보이는 두눈에 각자 사연 얽힌 눈물들을 나는 결코 잊을수 없다.
감동과 눈물로 범벅이된 눈빛들 속에 초롱한 눈망울이 눈에 띄었다. 아시안이라 눈에 띄기도 했지만 꼭 한국 아이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계속 교도소 선교를 온 옆분께 물었다.
입소한지 몇년째 되는 이십대 초반의 청년이라 하는데 내눈엔 꼭 어린아이로만 보였다.
아버지가 목사님 이셨다던 그 아이는 중학교때 부모 손에 이끌려 미국에 이민와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이민생활의 갈등속에서 방황하며 마약에 손을 대다 그곳에 오게 되었다 한다.
언어와 문화가 틀린 부자연과 긴장 속에서 뿌리 내리려는 이민1세들의 힘겨운 생활 속에 자식 만큼은 이러한 외로움과의 투쟁을 되물림 하고 싶지 않은게 당연지사. 우리보다는 좀더 나은 삶을 제공해 주고 싶은게 부모의 마음 아니겠는가.
성공하는 유일한 길이 오로지 공부라고 여기는 이민1세들의 사고가 이곳에서 자라는 어린가슴에게 부담을 준것처럼 이 아이도 아버지가 목사라는 이유로 남보다 더 모범이 되어야 하고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남을 의식한 엄한 부모의 한국식 교육이 그 아이 뿐 아니라 우리 자녀들을 외롭게 방황 시키지는 않았는가.
나역시 내 자녀들을 나만의 잣대로 그어놓고 그 길만을 가야된다고 강요는 안했는지.
아이들도 나름대로 이민생활에 갈등이 많아 방황이 있을진데 그 아이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해본다.
상황에 따라 나도 함께 급류에 휩싸여 여느 이민자들처럼 틀에 짜인듯 강요하는 초조하고 갑갑한 교육방식을 오늘은 내려놓고 싶다.
무엇보다 가슴이 더욱 시렸던건 행사가 끝나고 문을 나서는 순간 긴 복도 한켠에서 우리는 그들과 서로 반대의 출구를 대하며 인사를 하고 헤어질 때였다.
그들은 막혀 있고 차가운 그들의 방으로 다시 돌아가며 축쳐진 뒷모습을 보였고 사랑을 실천했다는 뿌듯함을 갖고 따뜻한 집으로 향하는 우리와의 엇갈린 상황이 마음을 더욱 착찹케 했다.
부족하나마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즐거움을 주기위해 들려준 노래와 연주, 또 연극을 하는 우리를 손꼽아 기다렸다는 그들의 눈물과 웃음에 나는 얼마나 깊은 감동을 받고 왔는지.
마치 그간 미뤄왔던 큰일을 나도 하고 온것같은 보람 속에 오랫동안 그 감동을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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