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망울이 터지고 얼었던 개울물이 졸졸 소리를 내며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봄이되어 황량했던 논밭사이로 살며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와 함께 파릇한 새순들이 고개를 내밀때 시골처녀가 봄바람을 감당 못해 무작정 보따리를 싸서 서울을 향했듯이 나의 미국행도 이렇게 시작되었다.
남편 여름휴가때 미동부 여행을 한 이후 광활한 자연과 풍요로운 물질에 매료되어서 인지 주위에 누가 외국을 가기만 하면 궨시리 마음이 설레며 부럽곤했다. 막연히 이제껏 살아온 한국을 떠나 좀더 큰 세계로 향하고 싶은 호기심에 잠 못 이룬적이 많았고 외국 영화만 봐도 가슴이 뛰었고 미국 갔다온 이웃이라도 만나면 벌써 몸이 그곳에 가있듯 이야기에 깊이 빠져 들었다. 아마 미지의 나라에 대한 반 호기심과 드림랜드의 모험을 꿈꾸며 좀더 나은 삶이 펼쳐질 거라는 환상과 기대에 나는 몸살을 앓았다.
“외국에 가서 한번 살아보고 싶어요.” 하고 남편과 양가 부모님께 동의를 받아 내려했지만 엉뚱하다는 통에 번번이 외로운 투쟁을 은밀히 해야했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LA 폭동과 청소년들의 타락, 총기사건들과 불법체류자들의 고된생활들이 TV로 계속 방영 되고 있었기에 어른들의 노파심은 당연했다. 더욱 욕심을 낸다면 아이들을 미국에서 유학 시키고 싶은 생각에 나는 그야말로 기러기 엄마를 선택하는 굳센 의지의 한국인 이었다.
부모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현지답사라는 명분으로 아이들과 미국행 비행기를 타야했다. 남편외에 아무도 배웅 나오지 않는 외로운 공항에서 “당신이 그렇게 고집 부리니 한번 미국에서 동창들도 만나 살만한지 살펴보고 적응할 수 있겠나 봐!” 얼마 못갈거라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다. 남편없이 떠나는 미국행이 두렵기도 하면서 새로운 삶의 기대가 교차되는 들뜬가슴으로 비행기에 싣고 구름과 함께 마음도 부풀어 올랐다. 결국은 고집센 마누라를 둔 덕에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 두고 한국을 접은 남편.
복잡한 서울의 신림동에서 살아선지 처음에 좋기만 했던 미국생활. 산책로로도 충분한 주택가의 한적한 거리들, 한국과 다른 교육 시스템이 좋았고 그리고 동네 어디든 있는 공원들을 즐기며 나는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생각까지 들곤했다. 좁은 서울땅에 밀려 나오는 자동차들, 신경전을 벌이는 버스와 택시 기사들에게 걸림돌이 되던 주부 운전자들을 향해 “아줌마! 집에서 밥이나 하지 밖은 왜 나와!” 쏟아붓던 기사 아저씨들로 인해 참을 수 없는 모욕에 화가 났었지만 운전으로 앞다툴 일 없는 넓은 이곳에 오니 그당시 곡예운전 기사들이 이해가 된다.
그러나 세상 만사가 그러하듯 좋은건 당연 그댓가를 치뤄야 하는법. 작은 조각배가 주관없이 바람따라 밀려가듯 아이들이 영어만 잘하면 내몫을 어느정도 했다는 안도감을 채 느끼기도 전에 빨리 영어를 시키려다 아이와 우리와의 대화는 어눌해졌고 미국 대통령은 알면서 한국 대통령은 모르고 미국의 역사는 줄줄 얘기하면서 한국의 역사와 한국의 애국가도 모르는 내아이를 보며 문득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얻은 만큼 잃은 것에 대한 허망함에 누구도 원망 할 수 없는 현실을 보며 가만히 모든것을 멈춰본다. 만만치 않는 미국생활 우리의 뜻대로 안되는게 세상살이 아니겠는가. 시골보다는 서울 교육이 낫다고 여기듯 한국보다 미국교육을 선택한 이곳에서 무언가 드림랜드가 펼쳐질 것이란 기대를 안고 지금껏 살아오며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드림랜드는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무지하면 용감한 선택의 결과로 잃어버린 것들을 감수 하면서도 그렇게 나는 여전히 욕심을 부리며 내일의 새로움을 향해 도전하며 살아갈 것이다. 마치 새 봄으로 달려가는 봄처녀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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