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부터 열렬히 좋아했던 폭발적 가창력을 지닌 맨발의 가수 이은미. 그녀의 앨범 중 ‘애인이 생겼어요’는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곡이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옛사랑도 떠오르고 사춘기 소녀라도 된듯 마음이 주책을 부린다. 가끔씩은 연애할때의 그 설레임이 그리울 때가 있다. 딱히 연애를 하고싶다는게 아니라 그저 그 설레였던 감정 자체가 그리운 것이다. 어린 왕자 중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지겠지라는 여우의 구절처럼 그런 설레임 말이다. 요즘 어린 아들에게 애인이 생겼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생겼다. 프리스쿨의 같은반 친구인데 긴 금발머리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상냥한 파울라는 이 엄마눈에도 너무나 이쁘고 사랑스럽다. 올 4월에 5살이 된 아들녀석이 언제부터인가 그녀를 만나기위해 프리스쿨엘 간다.
집에 돌아와서도 파울라 이야기로 온 얼굴에 웃음꽃을 피운다. 엄마는 저의 오늘 하루가 궁금한데 욘석은 두볼에 홍조를 띄고 여자친구의 하루일과를 우리부부에게 이야기 해주느라 바쁘다. 늘상 좋아뵈는건 엄마거라며 먼저 챙겨주던 녀석이, 제가 좋아하는 문구류부터 선물받은 초컬릿까지 죄다 파울라준다며 자기만의 공간에 쟁여둔다. 그 초컬릿 하나 맛볼라치면 안돼! 이건 파울라꺼야!하며 도리질치니, 누군가 아들 효도는 5세까지라더니 벌써부터 제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엄마 순번 위에 올려두다니! 이거 귀여우면서도 서운한 맘도 든다.
전에 친정엄마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내 남동생에게 첫 여자친구가 생겼을 때, 엄마는 아들과의 이별을 마음으로 서서히 준비하고계신다 했었다. 그때는 엄마 오버야~ 라고 말했는데 지금와 생각해보니 어릴때부터 목숨같이 여기며 희생으로 키운 자식이기에 일찍부터 조금씩 마음의 정이 아닌 집착을 버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었나 보다싶다. 내 아이에 관한건 모든 것이 특별하고 그것이 처음일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 내게도 내 아들의 여자친구가 처음이라 이렇듯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것일게다.
내 아들은 요즘 생기가 넘친다. 아들의 그런 설레임이 내게도 전해져서 함께 즐거워진다.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라는 유치환 시인의 싯귀처럼 지금 5살배기 아들녀석조차도 사랑하기에 행복해하고 있다. 사랑을 위한 사랑이 필요한 때이다. 먼저 사랑하면 마음 속 충만해진 사랑을 또다른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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