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과의사 남편 청부살해 혐의 내과의사 아내, 킬러와 함께 종신형
마졸투프 보루코바와 미카엘 말라예프의 법정 드라마는 공자와 10계명, 2,500년의 가족역사 등이 거론되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 판결로, 드라마틱하게, 격렬한 논쟁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지난 21일 뉴욕 퀸즈의 주대법원 법정에서 로버트 하노피 판사가 최고형을 선고하기 직전, 보루코바의 별거 중인 남편 대니얼 말라코프(34)를 4세짜리 딸이 보는 앞에서 총격 살해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말라예프(51)는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입을 열었다.
“난 어느 누구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2,500년 우리 가족사에서 아무도 누구를 죽이지 않았습니다”라고 그는 굵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10계명을 지키며 살아왔습니다. 당신들은 날 비웃었지만”이라고 그는 판사와 검사가 자신의 신앙심을 조롱했다고 더듬거리는 영어로 비난했다. “그러나 내 마음은 편안합니다. 난 내 자신과 하나님 앞에 당당합니다”
딸 미셸의 양육권을 남편에게 빼앗긴 뒤 말라예프에게 남편을 죽이도록 지시한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은 내과의사 보루코바(35)도 그녀가 재판 중 증언대에서 한 말을 조용히 되풀이 했다. “난 이 살인과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난 안 죽였어요, 판사님”
이날 하노피 판사는 두 피고에게 각각 1급살인 혐의에 대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과 함께 보루코바에겐 2급 살인음모에 대한 8~25년형을, 말라예프에겐 불법무기 소지에 대한 15년형을 추가하도록 선고했다.
“말라예프씨, 당신은 닥터 말라코프를 살해하라고 은화 2만냥을 받았습니다” 판사는 말라예프가 보루코바로부터 살인의 대가로 받았다는 2만달러를 빗대어 말했다. “당신은 스스로 종교적인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신약에 ‘사람이 온 천하를 얻고도 제 영혼을 잃으면 무슨 유익이 있겠느냐?’라고 말한 사람이 있었지요”
닥터 보루코바를 향해서도 판사는 말했다. “당신은 아이의 양육권을 남편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해 복수의 길을 택했습니다”라고 시작한 판사는 공자를 인용하며 “복수를 시작하는 사람은 먼저 두 개의 무덤을 파놓아야 합니다. 당신 남편은 이미 하나의 무덤에 들어가 있고 이제 당신도 당신의 남은 생을 보내야 할 사방 8피트 크기 지상의 무덤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당신의 딸에겐 이제 아버지가 없습니다. 어머니도 사실상 없습니다. 이게 당신의 딸에게 남겨질 유산입니다”라고 질책했다.
딸 미셸의 양육권은 말라코프의 남자형제인 가브리엘 말라코프에게 돌아갔으며 두 피고의 변호인들은 항소할 뜻을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2008년 10월28일이었다. 딸 미셸과 함께 치과 인근 놀이터에서 보루코바를 기다리던 대니얼 말라코프는 가슴에 총격 3발을 맞고 사망했다. 별거 중인 아내가 딸을 데려 가기로 한 날이었다. 원래 양육권을 가졌던 아내가 남편의 딸 방문권을 무시한다는 고소가 제기된 후 임시방문권이 남편에게로 넘겨진지 6일 후였다.
아내는 처음부터 용의선상에 올랐었다. 부부싸움, 별거, 양육권 다툼 등을 둘러싸고 당사자 두 부부뿐 아니라 친정과 시댁 양가의 모든 가족들이 반목하는 가정불화가 워낙 심했기 때문이다.
사건현장에서 플라스틱 병을 이용해 엉성하게 만든 권총 소음기가 발견되면서 수사는 활기를 띠었다. 경찰은 소음기의 지문을 추적, 11월 보루코바의 먼 사돈인 미카엘 말라예프를 체포했다. 말라예프의 지문은 94년 뉴욕 지하철 무임승차 시비 체포 때 기록에 남겨졌었다.
심증이 가는 청부살인의 물적 증거 찾기는 쉽지 않았지만 말라예프와 보루코바와 사이의 수십번 전화통화, 말라예프가 11월초 몇 차례에 나눠 은행에 예치한 2만 달러가 주요 증거로 작용했다. 피고들은 말라예프의 아내가 보루코바의 환자여서 통화가 잦았다고 반박했다.
보루코바가 2월초 체포된 후 치열한 공방전의 법정드라마가 전개된 끝에 지난 3월10일 퀸즈법정 배심원들은 단 6시간의 심의끝에 두 피고에 대한 1급살인과 살인음모 유죄평결을 내렸다.
두부부와 말라예프까지 3명 다 중앙아시아의 부카라 지역에서 이주한 유대계 이민들이다. 소련붕괴후 1990년대 수천명의 이주로 시작 뉴욕 포레스트 힐지역에 정착한 부카라계는 지금은 5만 명이상의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말라코프와 보루코바는, 자녀들에게 희망을 거는 이들 이민사회가 자랑스러워했던, 성공한 엘리트 커플의 상징이었다.
사건발생 후 내내, 두 집안은 물론 커뮤니티 전체의 가장 뜨거운 화제는 이 사건이다. 법정 진술을 통해 남편의 구타와 학대를 호소했던 아내의 편에서 자식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모정을 두둔하는 사람들과 냉혹한 남편 청부살해에 치를 떠는 사람들 사이의 논쟁은 판결이 내려진 요즘까지 그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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