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무라이가 있었다. 아내는 아들 하나만 남기고 일찍이 세상을 떠났다. 어느 날 귀가해보니 일곱 살 난 아들은 매를 맞았는지 풀이 죽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정은 이랬다. 동네에 제법 큰 떡집이 있었다. 그 가게의 좌판에 쌓아놓은 만두가 몇 개 없어졌다. 가게 주인은 사무라이의 아들을 의심해 족치다가 때리기까지 한 것이다.
사무라이는 아들을 앞세우고 떡 가게 주인에게 갔다. 사무라이의 아들이 남의 것을 훔쳐 먹는 파렴치한 짓을 하지 않는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가게 주인은 증거는 없었지만 그 아이가 배가 고파 만두를 훔쳐 먹었다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빈정거렸다. ‘도둑질 하는 자식 놈을 키우는 주제에…’ 하는 식으로.
참고 참던 사무라이는 칼을 빼들었다. 아들을 벴다. 내장을 갈랐다. 내장 속에 만두의 내용물이 없음을 가게주인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그 가게 주인의 목을 베었다.
사무라이는 아들의 시신을 수습해 집으로 돌아가 불을 지르고 할복을 해 삶을 마감한다.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닌 모양이다. 일본 무로마치막부시대에 실제 있었던 이야기로,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의 하나라고 한다.
상당히 끔찍한 스토리다.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어린 아들을 아버지가 베다니…. 감상은 그렇다고 치고, 이 이야기는 나름대로 준열한 일본정신을 보여준다.
명예를 그만큼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그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는 하나뿐인 아들마저 벨 수 있다. 일본 식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이랄까, 그런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 아니라 노무현 게이트라고 했나, 그 블랙 코미디를 통해 드러난 퍼스트 패밀리의 처신이 너무 구질구질해 보여서다.
대통령의 형이 먼저 등장한다. 아내가 등장하고, 아들에, 조카사위도 상당히 중요한 배역을 맡았다. 전체 패밀리가 비리에 관여한 모양새다. 그 가운데 ‘친구’ 비서는 청와대 특수 활동비를 빼냈다고 한다.
대통령이었던 사람은 이 와중에 범죄혐의를 아내 탓으로 돌리면서 구구한 변명에 급급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 마침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측은하기까지 한 그 모습에 해외에 있는 국민의 마음까지 분노를 넘어 착잡하기 그지없다.
대통령은 권력의 자리이자 명예의 자리이다. 권력이야 때가 되면 떠나는 것이지만 문제는 명예다. 그게 크게 훼손됐다. 그럴 때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뭘까.
끔찍한 스토리지만 저 가난한 사무라이의 행동이 오히려 의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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