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중에 떠있던 습기가 찬공기와 만나서 미세한 물방울이 되어 우리의 눈에 보이게 되는 것을 우리는 안개라고 부른다. 안개가 넓은 벌판에서 대지를 뚫고 서서히 올라오는 모습도 장관이지만, 바다에서 한줄기의 담배연기처럼 피어 올라와 온 바다를 덮어버리는 안개를 육지에서 바라보는 것도 아름답고, 산중턱에서 골짜기를 타고 내려가다가 마을로 내려오는 안개, 낮에도 보이고 밤에도 나타나는 안개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안개가 우리를 찾아오는 시간에 따라서 우리의 마음도 변화된다. ‘안개’라고 하면 떠오르는 영화의 한 장면이 있는데, 개스등이 켜져있는 안개 낀 밤거리에 중절모를 쓰고 바바리코트를 입은 남자가 홀로 걸어가는 뒷모습이다. 지금은 옛날의 영화가 되어버렸으나, 잉그릿드 버그만이 주연하였던 ‘개스등’의 첫장면은 이렇게 오랫동안 나의 기억속에 남아있다. 그 이유는 그 장면이 풍겨주었던 신비롭고 어두우며 무슨 일이 일어날 듯이 아슬아슬 하였던 나의 느낌 때문일 것이다.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안개는 쌘프란시스코의 북쪽에서 나를 맞이하듯이 내렸던 미세한 물방을을 머금고 비처럼 내려오던 안개였다. 연초록의 산등성과 나무들 사이를 지나서 나를 찾아와, 봄날에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새로움을 알게하였던 그 안개는 아늑하고 따뜻하였으며 사람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도 하고 꿈속 처럼 아련하기도 하였다. 이와같이 안개는 장소와 때와 보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진다.
땅위에서 바라보거나, 비행을 하면서 내려다 보는 뭉개구름은 하늘에 떠있는 안개이다. 친절하고 정다워서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 구름이 된 안개는 사진으로 찍혀지고 시가 되어 사람들의 노래가 된다. 그리고 마침내 저녁이 되어 석양이 그 사이로 얼굴을 내밀기라도 하면, 우리는 그 모습에 매혹되어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안개는 우리를 어두움 속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농무에 가려서 앞을 바라볼 수가 없을 때에는 불안한 마음이 우리를 휘감아 버린다. 그러한 시간에는 차를 운전하기도 어렵거니와, 구름속을 거침없이 지나가던 비행기도 농무속에서는 지상으로 내려올 수가 없다. 안개도 다른 기상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유익하기도 하고, 해롭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알 수 없는 장래의 불안을 ‘안개속을 헤맨다’라고 말한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앞으로 닥쳐올지도 모르는 불행에 대한 예감이 되어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일이 일어나면, 한 개인의 운명이 뒤바뀌어버리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개에 가리웠던 금문교가 그 자태를 나타내어 보일 때, 보이지 않던 언덕이 홀연히 그 모습을 드러내며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노라면, 우리는 아련한 분위기에 젖어든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향수, 그리고 안개속을 헤치고 나타날지도 모를 나의 기쁨과 희망, 그러한 것을 상상하거나 기억하는 시간은 아름답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두 가지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안개도 그 중의 하나이다. 나의 마음이 안개속을 거닐 때에는 암담할 때가 있고 아름다울 때가 있으며, 마음이 평정을 찾기도 하고 혼돈속에 머물러 있기도 하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안개속에서 행여 길을 잃는 일이 없기를…. 암담한 기분에 빠지는 일이 없기를…. 오직, 추억과 감성의 아름다움이 안개와 함께 영원하기를... 우리 모두에게 그렇게 되기를... 안개가 낮게 드리워진 날에는 나의 감상도 몽롱해진다. 오늘도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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