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시 같은 날 2건의 뺑소니 희생자 처리 하늘과 땅 차이
에이드리아나 바칸
현상금 : 23만5,000달러. LA시의회와 LA카운티 수퍼바이저위원회, USC와 익명의 기부자들이 낸 돈을 합한 금액이다.
경찰력 : LAPD 사우스국 교통과에서 4명의 형사, 5명의 경찰관이 이 사건을 담당했고 특수팀에서 12명의 형사가 파견되었다.
현황 : 사고 4일반 만에 용의자 체포,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
아가피토 가스파르 니콜라스
현상금 : 5만달러. 사건 발생 한 달후 LA시의회에서 승인한 금액. LA시장은 시의회 승인후 1주일이 지난 다음, 이 기사가 LA타임스에 실린 날 서명했다.
경찰력 : LAPD센트럴국 교통과 1명의 형사가 담당. 2명의 다른 형사들이 하루 동안 도왔다.
현황 : 미결
그들은 같은 날 죽음을 당했다, 같은 방법으로. 두 죽음 중 하나는 LA시 전체의 관심을 사로잡아 LA경찰국(LAPD)의 초고속 수사를 이끌어냈다. 나머지 한 죽음은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한 채 묻혀버렸다. 수사에 배정된 단 한명의 형사는 막연한 희망 외에는 속수무책일 뿐.
에이드리아나 바칸이 먼저 죽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3월29일 새벽 3시가 조금 넘었을 때 바칸(18)과 한 친구는 USC캠퍼스 근처 제퍼슨과 후버 교차로에 서 있었다. 놀러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던 두 학생은 막 횡단보도로 들어서 제퍼슨 길을 건너고 있었다. 빨간 불을 무시하고 동쪽으로 달리던 차가 바칸과 친구를 들이받고 어둠 속으로 달아났다. 친구는 다리골절 등 부상을 입었지만 살아났다. 그러나 병원으로 실려간 바칸은 해가 뜨기 전 심한 머리부상으로 사망했다.
같은 날 밤 각 TV 방송이 바칸의 사망보도가 포함된 11시를 뉴스를 내보내기 몇분전, 아가피토 가스파르 니콜라스는 피게로아 스트릿의 횡단보도로 막 들어섰다. 자신의 비좁은 하일랜드팍 아파트에서 한 블럭 떨어진 곳이었다. 15년 전 과테말라에서 이민 온 55세의 니콜라스는 건축노동자로 어렵게 살고 있었다. 달려온 차가 그를 들이받았다. 현장에서 70피트 거리 길바닥에 떨어진 채 발견된 그는 두개골 파열로 곧 숨졌다.
바칸이 사고를 당한지 1시간 후 현장에 도착한 LAPD 사우스국 교통과 형사 지미 렌더는 막막했다. 토요타 코롤라인지, 혼다 어코드인지 짙은 색 승용차였다는 목격자의 막연한 진술밖에는 아무런 단서가 없었다.
렌더는 여론에 호소가 최선임을 알았다. 뉴스릴리즈를 내보냈고 곧 TV와 신문엔 USC 여대생 뺑소니 사망사건이 핫뉴스로 떠올랐다. 그날 수차례 TV 카메라 앞에 섰던 렌더는 사고차량이 후드에 떨어진 바칸의 친구 남학생을 매단 채 달리다가 갑자기 멈춰 서 부상자를 내동댕이치고 달아났다고 밝혔다.
다음 날 바칸의 어머니가 죽은 딸의 사진을 움켜쥔 채 “제발, 무언가 아는 분이 안계십니까? 제발 좀 도와주세요, 이렇게 애원합니다”라고 흐느끼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미디어의 관심은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바칸은 산타바바라에서 온 1학년 여대생이었다.
냉혹한 뺑소니 운전자에 희생된 금발에 귀여운 딸의 사진을 가슴에 안고 TV카메라 앞에서, LA시의회에서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흐느끼며 애원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미디어를 도배하면서 LAPD와 시의회는, 범죄율 높은 가난한 지역 속에 자리한 부유한 사립대 USC 관련 이 사건에 대한 조속 수사의 압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시의회는 시조례상 최고액수인 7만5,000달러의 현상금을 당장 승인했다. 여기에 USC가 5만달러, 카운티가 1만달러, 익명의 기부자가 10만달러을 더해 현상금은 23만5,000달러가 되었다. 10여명이 희생된 연쇄살인범 제보에 대한 현상금보다 높은 액수였다.
수백건의 제보가 쏟아져 들었고 보통 1~2명이 담당하던 뺑소니 사고에 4명의 형사, 여러명의 경찰관, 그리고 다른 사건을 유보시킨채 투입된 12명의 살인담당 최고 베테란 형사 등 20명이 들러붙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한 전화제보에 의해 사우스 LA에 거주하는 뺑소니 운전자 클로디아 카브레라(30)가 체포된 것은 며칠 후였고 옆자리에 탔던 남편 호수에 루나도 뒤이어 멕시코 국경에서 체포되었다. 사건 발생 1주일이 채 못돼 수사가 종결된 것이다.
아가피토 니콜라스를 죽인 뺑소니 수사는 전혀 달랐다. 현장엔 형사가 파견되지 않았다. 경찰관들이 작성한 조서엔 사고차량이 은색 폭스왜건 제타 같았다는 목격자의 진술외엔 아무 단서가 없었다. 다음날 이 케이스는 마이클 케이든 형사에게 배정되었다.
13년 경력의 케이든은 제보를 구하는 전단지를 현장 근처 가가호호에 돌렸지만 성과가 없었다. 미디어도 보도하지 않았다. 니콜라스 여자친구의 호소, 니콜라스가 귀여워했던 그녀의 어린 딸의 상심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LA시의회가 별 홍보없이 5만달러의 현상금을 승인한 것도 사건 발생 4주후였고 시장이 서명한 것은 그보다 1주일이 더 지나서였다.
케이든은 현재 LA에 주소를 둔84대의 2000~2008년산 은색 제타를 추적하고 있다. 언제 끝날지는 그 자신도 알 수 없다.
바칸과 니콜라스, 두 희생자의 너무 다른 사건 처리에 대해 케이든은 이렇게 말한다. “공평한가, 아닌가의 시각으로 바라보기는 힘들지요. 유명한 사건은 항상 관심을 더 받게 되니까요. 그게 정당한 일일까요? 잘못된 일일까… 난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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