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단상-박용진 목사(어스틴 제일 장로교회)
언제가 부터 중학교 졸업반 인 첫째아이가 제 엄마더러 도시락을 싸달라고 합니다. 요즘은 학교급식이 잘 되어 있어 식사비를 내면 학교식당에서 아이들이 점심식사를 합니다. 과거에 필자가 학교다닐 때는 그런게 없어서 무거운 책가방에 도시락까지 넣어다니느라 손에 굳은 살이 배곤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아이들이 학교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는 모습이 얼마나 좋아보이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요즘 필자의 첫째 딸이 아내에게 도시락을 싸달라는 통에 아침마다 아내의 손이 바쁩니다. 필자 생각에는 돈을 줘서 학교서 점심을 사먹게 하면 수월할텐데 아내는 아이가 건강에 좋은 한식을 먹고 싶어한다고 오히려 좋아합니다. 사실 아이들이 학교서 사먹는 음식은 우리 밥상의 한식과 달라서 튀긴 것과 기름진게 많습니다. 게다가 종류도 고정되어 있어서 오래 먹다보면 재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도 제 딴에 집에서 먹는 종류로 도시락을 싸가는 편이 좋게 생각되었던 모양입니다.
“엄마 내 도시락…” 하고 입에서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내는 아이의 책가방에 도시락통을 넣어줍니다. 아이가 제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학교버스에 올라 학교에 가는 모습을 멀리서 보는 맛이 아내에게는 더 없이 좋은 눈치입니다. 새벽마다 아이가 깨어나기 전에 도시락을 싸야하는 수고쯤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방과후 집에 돌아오면 아내는 아이의 도시락통을 열어보고 바닥까지 싹싹 먹어치운 아이의 식성에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도시락 안에는 반찬을 여러개 담을 수 있는 작은 반찬통이 있는데 아내는 필자에게 일부러 다 먹어치운 그 빈 그릇들을 보여줍니다. “ 이거봐요, 다 먹었어요…” 그리고는 신이나서 다음날 싸줄 아이 도시락 반찬거리를 챙깁니다. 집에서는 통 잘 먹지 않으려는 아이가 학교에 가져간 도시락만은 바파람에 게눈 감추듯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고 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필자기억에도 도시락은 단지 한끼의 점심밥이 아닙니다. 엄마의 정성이지요… 학교에서 도시락뚜껑을 여는 순간 그 안에 있는 음식은 엄마의 정성과 사랑의 전령이 됩니다. 그래서 엄마의 도시락을 먹고 자라는 아이에게는 밥에 섞여있는 엄마의 정성과 사랑을 함께 먹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기분나쁜 일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을때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꺼내 먹다가 그만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 필자 어릴 때에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힘내라 내자식…”하는 엄마의 응원이 맛깔스레 담겨 있습니다. 아마 그런 기분을 딸아이도 느끼는 모양입니다. 제 엄마가 귀찮을 줄 알면서도 요즘 부쩍 도시락 타령입니다. 도시락엔 한끼식사와 제 엄마의 응원이 함께 담겨오는 것임을 알아챈 것입니다. 그래서 아침에 급히 가느라 도시락을 못가져간 날에는 전화로 학교에 가져다 달라는 주문을 잊지 않습니다. 사실은 밥한끼를 가져다 달라는게 아니라 제 엄마의 정성과 손길을 가져다 달라는 것이지요. 거기엔 밥보다 더 중요한 걸 있다는 걸 알아챘으니 당분간 꼬박꼬박 도시락 챙길 것 같습니다. 덩달아 아내의 수고도 더 많아지겠지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자식들은 그렇게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라가야 하는 존재인 것을요.
성경이 말합니다. “ 네 집 내실에 있는 네 아내는 결실한 포도나무 같으며 네 상에 둘린 자식은 어린 감람나무 같으리로다”(시편128:3) 주님이 주신 자녀를 축복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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